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의 요지는 은행업계에 경쟁의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것이다. 오랜 관치 아래 과점체제에서 단순 예대마진 영업에 안주해온 시중은행에 ‘메기’를 풀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전국 영업망의 시중은행으로 변신하겠다고 나섰다.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과점체제에 따른 은행권의 비효율과 고임금·성과급 잔치 등은 해묵은 폐단으로 지적돼왔다. 이번에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면서 은행 간 경쟁을 유도하겠다고 나선 것은 진일보한 대책이다. 다만 대구은행 한 곳 정도가 유효성 있는 경쟁 촉진자가 될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그간 금융권의 주목을 받아온 벤처·부동산·소상공인 대상의 특화 전문은행이나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업무 허용 건은 또 무산됐다. 결국 기존 은행들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선에서 ‘제한적 경쟁 확대’를 도모한 셈이다. 이번에 길이 트인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이나 제4의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도 조기에 가시적 성과가 나와야 경쟁 촉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돈잔치’ 발언 이후 금융당국이 이 정도나마 경쟁 촉진책을 낸 것은 의미가 있다. 실제로 대출·예금 금리체계 개선안도 담겼고, 막대한 이자수익을 내부의 돈잔치 대신 리스크 관리에 돌리도록 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사회공헌에도 쓰도록 하겠다는 대목 등을 보면 관치의 잔재가 여전하다. 손쉬운 담보대출 영업에 치중하면서 홀로서기를 못한 은행들이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다.
‘찔끔 개선’보다 은행을 필두로 금융산업 전반의 구조개혁을 도모할 때가 됐다. 제대로 된 책임 경영과 탈관치, 인공지능(AI) 시대에 부응하는 융복합 금융, 금융기법의 글로벌 스탠더드화를 꾀하려면 60년 넘은 ‘금산분리’ 규제를 손봐야 한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금산분리 제도 개선’에 나선다고 발표해 놓고도 아직 묵묵부답이다. 로드맵이라도 속히 내놔야 한다. 대구은행 정도가 아니라 주인도 있고 자본력도 확실한 메기가 들어서야 선진금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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