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웅현(40)·이민지(36) 부부는 2018년 태어난 첫째 아이 이름을 작명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조이수’로 지었다. 조 씨는 쉬울 이(易), 목숨 수(?)를 사용해 삶을 편안하게 살라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인들도 발음하기 편하고(Joyce) 한자 뜻도 좋다”며 “작명소에선 나올 수 없는 이름인 데다 내가 직접 아이의 이름을 정해줘 애착이 많이 간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부부는 2020년 태어난 둘째 아이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지었다.
젊은 부모들 사이에서 작명소 대신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자녀 이름을 짓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작명 앱은 정해놓은 한글 이름에 따라 사주풀이를 통해 한자를 정해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작명 앱을 이용한 부모들은 "직접 자녀 이름(음)을 정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작명소와 달리 가격 부담이 없고, 어려운 한자를 피할 수 있다는 점도 작명 앱의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아이에게 귀한 이름을 지어주려는 부모들로 북새통을 이루던 작명소는 영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휴대폰 앱에 작명 기능을 빼앗긴데다 아이 울음소리가 그치면서 전체적인 작명 수요도 줄어든 영향이 크다. 2002년만 하더라도 49만6900여명이었던 출생아 수는 지난해 24만9000명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서울 사직동서 30년 가까이 작명소를 운영하는 김장현 씨(73)는 올해 들어 오후엔 가게 문을 닫고 있다. 하루 손님이 많아야 한 두명인 데다, 예약 손님을 상담하고 나면 딱히 가게 문을 열어둘 이유가 없어서다. 김 씨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하루에 10명 넘게 예약 손님이 밀려있어 직원까지 고용했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나는 큰아버지께 성명학을 배워 평생 작명으로 밥 먹고 살았지만, 내 자녀에게도 직업을 물려줬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했다.
작명소의 영업전략도 변하고 있다. 개명 상담이 대표적이다. 서울 화곡동서 철학원을 운영하는 장모 씨(63)는 최근 취업난에 허덕이는 2030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사주풀이를 통해 새 이름을 지어준다며 홍보하고 있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개명 상담을 하는 이는 10명 중 한명이 채 안 됐지만, 최근엔 10명 중 2~3명은 개명 상담이라고 했다.
작명 기법도 바뀌고 있다. 이름을 지을 때 고려해야 할 부분은 한자의 획수를 뜻하는 '수리'와 '오행', '음운' 등 총 세 가지인데 최근엔 음운을 가장 중시한다는 것이다. ‘서아’, ‘수아’와 같이 영어 이름을 고려해 받침이 들어간 글자를 피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