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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중국 자본 몰려온다…상반기 외국인 투자 역대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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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FDI) 신고액이 1962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미·중 갈등에 따라 중국의 대체 투자처로 한국이 부상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상반기 FDI 신고액이 전년 동기 대비 54.2% 증가한 170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4일 발표했다. 분기 기준으로는 2022년 3분기 이후 네 분기 연속 증가했다. 도착 기준 FDI는 전년 대비 6% 증가한 77억5000만달러였다.

올 상반기 FDI를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부문이 전년보다 145.9% 늘어난 76억3000만달러에 달했다. 이 중 반도체, 2차전지를 포함한 전기·전자(663%)와 화학공학(464.1%) 부문에서 투자 증가가 두드러졌다. 서비스업 투자는 전년 대비 11% 증가한 84억8000만달러였다.

지역별로는 유럽연합(EU)에서의 투자가 144.8% 증가한 42억6000만달러로 최대였다. 이어 미국(36억6000만달러, 24.1% 증가),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중화권(32억5000만달러, 32.8% 증가) 순이었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안보정책관은 “미·중 갈등으로 공급망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다양한 산업 분야 지도가 재편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중국과 홍콩으로의 투자가 감소한 반면 반도체, 2차전지 등 핵심 기업이 있는 한국에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美·中 갈등에…탈중국 글로벌 기업들, 한국행 '러시'
중국에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를 두고 있는 유럽의 한 화학기업은 아태본부를 한국으로 이전할지를 두고 고민 중이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하고 중국 내 외국기업 정책이 강경해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세계 1위 풍력터빈 업체인 베스타스는 지난달 아태본부를 싱가포르에서 한국으로 옮기고 3억달러를 들여 제조공장을 한국에 짓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싱가포르도 범중화권이라는 인식이 글로벌 업체들 사이에 없지 않다”며 “미·중 갈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에 따라 제조기반이 견고한 한국이 대안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이처럼 ‘중국 회피’ 자금이 한국에 몰린 영향이 크다. 그동안 기업들은 아시아 투자 시 거대 시장과 제조기반을 갖춘 중국에 우선순위를 뒀다.

데이터 제공업체인 CEIC에 따르면 2021년 3441억달러였던 외국기업의 대중 FDI는 미·중 갈등 장기화 영향으로 지난해 1895억달러로 거의 반토막 났다. 홍콩에 대한 FDI도 같은 기간 1372억달러에서 1096억달러로 줄었다.

반면 한국과 일본에는 외국인 투자가 몰리고 있다. 2018년만 해도 국내 FDI는 269억달러 수준이었다. 그러나 2021년 295억1300만달러로 증가했고 지난해 304억4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올해는 350억달러 돌파도 노려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도 외국인 투자를 빨아들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일본 재무성 자료를 분석한 결과 1분기 기준 일본 FDI 잔액은 46조7860억엔으로 3년간 37% 늘었다.

국내 FDI가 증가한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다. IRA는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생산한 배터리 소재를 일정 비중 이상 써야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아시아에서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는 한국과 싱가포르다. 제조기반이 부족한 싱가포르에 비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역량을 갖추고 있어 중국 기업들까지 미국 공략을 위해 국내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분기 한 중국 업체가 5억달러를 투자해 새만금에 전구체 공장을 짓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박한신/이슬기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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