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가 서울백병원 부지를 의료시설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행정 절차에 착수했다.
중구는 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울백병원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 결정 입안 추진계획'을 확정하고 해당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관내 유일한 감염병 전담병원이었던 백병원 자리에 상업시설이 들어오면 의료공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앞서 인제학원은 경영 악화를 이유로 설립 83년 만에 서울백병원의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병원 내부에선 “경영진이 백병원 부지를 상업 용도로 전환해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시와 중구는 병원 부지 용도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20일 폐원 결정을 한 백병원 부지를 상업용이 아닌 의료시설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중구와 협의해 백병원이 서울시가 필요한 의료기능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구청도 지역 내 의료시설을 유지하기 위해 서울시와 협력하기로 했다. 김 구청장은 "서울백병원이 비록 폐원 결정됐지만, 곧바로 진료가 중단되지는 않는 만큼 조속한 도시계획적 기틀을 마련하겠다"며 "다른 의료기관과의 밀도 있는 협조로 의료공백 및 주민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구청은 우선 기초현황 조사, 주변 영향 검토 등을 위해 하반기 중 도시계획시설 결정 용역을 진행한다. 동시에 서울시, 백병원과 협력해 도시계획 측면의 지원 방안을 모색한다. 동시에 주민과 도심 생활권자들의 의견 수렴할 계획이다.
한편 백병원 설립자 후손들도 백병원 지키기에 나섰다. 후손 대표인 백진경 인제대 멀티미디어학부 교수는 전날 시청 기자단과 만나 “한국 최초의 민간 의료 법인인 서울백병원의 역사를 전승하고 K 메디컬 병원으로 발전시킬 방안을 서울시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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