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배달 라이더'들의 근무시간이 주 52시간을 웃돌고 월 실소득은 250만원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배달 라이더의 3분의 1은 비자발적 실직을 겪고 배달 플랫폼에 들어선 것으로 것으로 확인다.
2일 산업연구원이 공개한 '플랫폼 노동 확대에 대응한 산업인력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배달 대행업이 주업인 202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배달 라이더는 주당 평균 57시간을 일하고, 이들의 월 실소득은 256만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배달 라이더의 총소득은 월 354만원으로 2021년 임금 근로자 월 평균소득 333만원보다 약간 높았지만, 오토바이를 비롯한 장비 렌털·보험료 등으로 지출하는 경비가 월 1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조사 대상자 대부분은 전통적 산업 분야에서 일한 적이 있으며 코로나19 이후 폐업·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직으로 새 일거리를 찾아 플랫폼에 진입한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일자리를 그만둔 이유를 두고 가장 많은 33.9%가 '폐업·구조조정 등 비자발적 사유'라고 답했고, '소득이 적어서'(22.0%), '업무 강도가 세서'(18.1%), '근무 시간이 길고 경직적이라'(12.6%) 등이 뒤를 이었다.
배달 라이더가 되기 전 일한 직종은 판매영업직(37%), 음식 서비스(17.3%), 일반 사무직(13.4%), 생산 기능직(9.5%) 등이었다.
비교적 높은 업무 강도에도 현재의 배달 대행 일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57.5%로,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 4.5%보다 훨씬 높았다.
산업연구원은 비자발적 실직으로 플랫폼 노동을 선택한 경우가 다수라는 점은 노동자들이 배달 대행업 등 플랫폼 경제로 옮긴 바람에 전통 산업 분야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일각의 주장과는 상반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연구원은 직무 단위로 쪼개진 특정 업무를 반복하는 플랫폼 노동을 오래 할수록 노동 경쟁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플랫폼 종사자가 산업 일자리와 플랫폼 사이를 유연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순홍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플랫폼과 전통적인 산업 일자리 간 유연한 노동 이동이 전제돼야 플랫폼 노동의 순기능을 확대할 수 있다"며 "플랫폼 노동자를 산업 인력의 한 축으로 보고 일자리 이동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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