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경찰에 연행되는 사진이 인터넷에 돌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값비싼 명품 패딩을 입고 산책하는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떠들썩하게 했다. 이들은 모두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생성한 사진을 그럴듯하게 퍼트린 ‘가짜 뉴스’다. 갈수록 고도화하는 정보 기술은 진짜와 가짜 구분을 어렵게 한다. 뉴스 소비자들은 당연히 불안하다.
범람하는 가짜 뉴스에 속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다. 최근 출간된 은 가짜 뉴스와 싸우기 위해선 가짜 뉴스의 역사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오랫동안 군사 정보 분석가로 활약한 신디 L 오티스다. 그는 “고대 이집트부터 트럼프 정권까지 이어져 온 가짜 뉴스에 특정한 전략과 패턴이 있다”고 설명한다.
3000여 년 역사를 돌아본 책의 분석은 이렇다. 가짜 뉴스는 꽤 오래전부터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동원돼왔다. 고대 이집트 람세스 2세는 가짜 뉴스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끌어올렸다. 실제로 그는 전투에 승리하지 못했지만 ‘신의 가호가 함께한 람세스 2세가 단박에 적군을 분쇄했다’는 내용을 적은 파피루스를 사방에 퍼뜨렸다.
가짜 뉴스는 개인의 인지적 편향을 이용하는 식으로도 작용해왔다. 흑인, 유대인, 난민, 동성애자 등 특정 계층에 편견을 가진 사람은 가짜 뉴스에 노출되기 쉬웠다. 책은 “가짜 뉴스는 보통 우리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 놓으려고 의도하지는 않는다. 대신 우리가 듣고 싶어 하는 바로 그 내용을 말해줌으로써 우리의 시각을 굳힌다”고 강조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가짜 뉴스를 가리기 위해 ‘해서는 안 될 일’을 알게 된다. 기사를 읽고 나서 단지 감만 믿어서는 안 된다. 동의하지 않는 내용이라는 이유로 특정 뉴스를 가짜라고 일축해서도 안 된다. 책은 독자에게 “자기 생각이 치우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라”고 조언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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