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중국인 마오모 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팅을 통해 700위안(약 12만7000원)을 주고 우표 5장을 구매했습니다. 1장에 무려 한국돈 2만5000원에 달하는 상당히 비싼 우표입니다. 마오 씨는 우표 거래 대금도 '은밀히' 전달했습니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우푯값을 지불하고 택배 수령지를 건넸습니다. 이 택배는 지정된 장소에 도착했으나, 이내 현지 경찰에 의해 압수됐습니다. 이 우표의 정체는 바로 '마약'입니다.
우표 5장의 무게는 0.14g이며, 우표에서는 '사일로신(psilocin)'과 '4-AC0-DMT'가 검출됐습니다. 마오 씨는 마약 성분을 넣어 만든 '마약 우표'를 구매한 것입니다. 놀랍게도 '마약 우표' 제조사는 2000년생 의대생 구모 씨였습니다. 그는 마약 밀매업자로부터 마약 재료들을 받아 5장의 '마약 우표'를 만들어 마오 씨 주소지에 마약을 보냈습니다. 이런 행위에 대한 대가로 받은 금액은 단돈 100위안(1만8000원)이었습니다. 결국 의대생 구 씨는 마약 제조·운반·밀매 등 혐의로 징역 7개월형과 벌금 1000위안(약 18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2만원 벌려고 '마약 우표' 만든 의대생…중국 '발칵'
지난달 26일 '마약퇴치의 날'을 맞아 중국 장쑤성과 저장성 고등법원은 지난 3년간 발생한 마약 적발 사례를 공개했습니다. '의대생 마약' 적발 사례를 알린 저장성 고등법원은 "최근 신종 마약 사건이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해당 의대생의 경우 의료인의 입장에서 마약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경각심을 높여야 하지만, 오히려 법을 위반해 형사처벌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특히 최근 발생하는 마약 관련 범죄 발생 연령을 갈수록 낮아지고 있으며, 전통적인 거래 방법 대신 SNS 등을 매개로 은밀하게 이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법원 측은 밝혔습니다. 실제로 장쑤성 고등법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발생한 마약 범죄 사건 중 25세 미만 피의자 비율이 각각 8.3%, 8.4%, 18.4%로 급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SNS 가상 계정을 활용해 가상화폐를 주고받는 식의 '비대면 마약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흔적이 남지 않는 텔레그램(Telegram) 등을 통해 은어로 거래하고, '가짜이름'으로 택배를 배송하면 감쪽같이 거래할 수 있어 수사기관의 적발을 피해 갈 수 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마약'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마약 거래 방식이 비대면 SNS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수사 및 적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합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 검거 인원은 1만2387명으로 전년(1만626명) 대비 16.6% 증가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SNS 등이 비대면 거래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지난해 인터넷 사범 역시 3092명으로 4년 전인 2018년(1516명)에 비해 104% 급증했습니다.
고3도 뛰어든 '텔레그램 마약'…성인 알바까지 고용
국내 서비스되고 있는 SNS 가운데 주요 마약 유통 경로로 '텔레그램'이 인기입니다. 그 어떠한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찾는 이들이 많습니다. SNS를 통한 마약 확산이 트렌트로 자리 잡으면서 정보기술(IT) 변화에 익숙한 어린 10대 학생들의 마약류 범죄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은 학원에서 만난 친구 3명과 함께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 거래에 뛰어든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텔레그램에서 도매가에 구매한 마약에 10배에 달하는 웃돈을 붙여 되팔았다고 합니다. '사업(?)' 규모가 커지자, 이들은 부모에게 공부방이 필요하다고 말해 오피스텔을 계약하고, 마약 유통 사무실로 사용했다고 합니다.이들은 대범하게 성인 6명을 운반책으로 고용해 1건당 3만원씩 인건비를 지급하며 마약을 유통했습니다. 학생들의 오피스텔과 거래 장소에서 압수된 마약만 4억9000만원 상당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직접 마약을 투약하기도 했지만, 학업에도 소홀하지 않아 부모들이 범행 사실을 몰랐다고 합니다. 학생들은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으며 수능까지 치러, 3명 모두 대학에 합격했다고 합니다. 마약이 우리 사회 곳곳 침투해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마약류 사범은 총 450명으로, 전체의 2.8%입니다. 10년 전(41명·0.4%)에 비해 인원은 11배 늘었고, 비중은 7배 커졌습니다. 20대 마약사범 역시 5077명으로 전 세대에서 가장 큰 비중(31.4%)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20대는 10년 전(750명·8.2%)에 비해 '폭증' 했습니다. 이제는 어린 초등학생들까지 마약노출 위험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최근 신종 마약의 경우 전자담배, 오일, 사탕, 식품, 음료 등 변형이 가능한데, 어린 청소년의 경우 호기심에 섭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캐릭터 스티커 사탕 형태의 마약은 구강 점막을 통해 인체에 마약 성분이 침투한다고 합니다. 알록달록한 무지개색의 펜타닐 마약 역시 지난해 핼러윈을 앞둔 미국에서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얼핏 보면 사탕 같지만, 착각해 복용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합니다.
어린 청소년 마약사범이 급증하자 정부는 올해 청소년 마약류 실태 조사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습니다. 또 오는 11월에는 마약류 문제 청소년을 위한 치유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