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 모델로만 보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굉장히 가치가 높은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더 하우스 오브 지엠(GM)'에서 열린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글로벌 엔지니어 인터뷰 자리에서 에드워드 허프네이글 GM(제너럴 모터스) 수석 엔지니어는 이 같이 말했다. 그는 2052만원부터 시작하는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차량으로만 비치는 것이 못내 아쉬운 듯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장점을 결합한 CUV로, 지난 3월 출시 후 한 주간 1만3000명 이상이 계약며 유명세를 탔다. 경쟁 차종으로 꼽히는 현대차 소형 SUV 코나보다 485만원가량 저렴해 '가성비 차'라는 별명을 얻었다.
GM 엔지니어들 "트랙스 크로스오버, 엔진 성능 선입견 아쉬워"
이날 마련된 인터뷰는 트랙스 크로스오버에 어떤 기술이 탑재됐는지 설명하면서 단순한 가성비 차가 아님을 알리기 위해 GM이 만든 자리였다.이날 인터뷰에서는 다운사이징 된 엔진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일부 소비자들은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차 크기는 제법 큰데, 엔진의 크기가 너무 작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신형 1.2L E-터보 프라임 엔진이 적용됐다. 이를 통해 최고 출력 139마력, 최대 토크 22.4kg·m의 퍼포먼스를 낸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경쟁 차종들이 대부분 1.6L 엔진을 적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준일 GM 엔지니어는 "트랙스 크로스오버에 탑재된 엔진은 신형 디자인, CSS 엔진이다. 차량의 크기를 보고 연구소에서 처음 생각한 것은 성능과 무게, 차의 균형이었다"라면서 "차 성능을 수행할 수 있는 최적의 엔진이라고 믿어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강대길 GM 엔지니어도 "엔진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는 점이 아쉽다"라며 "커진 차체 대비 트랙스 크로스오버에 장착된 엔진은 주행 성능이 명확하고, 차량 경량화에도 큰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에드워드 허프네이글 수석 엔지니어는 "우리가 사용한 3기통 엔진은 성능이 증명됐다"며 "3기통이지만 파워풀한 차량이다. E-터보 엔진을 사용했는데, 밸런스 샤프트가 적용돼 있어서 소음과 진동이 최고 수준으로 억제됐다"고 설명했다.
굴곡진 코스도 제법 매끄럽게..."고객 만족 최우선으로 개발"
GM은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주행 성능을 부각하기 위해 굴곡진 코스를 골라 테스트 드라이브도 진행했다. 이날 테스트 드라이브가 진행된 곳은 경기 용인 에버랜드 인근 도로였다.이곳은 고속도로와 같이 쭉 뻗은 평탄한 길과는 달리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은 물론, U자형 모형으로 굴곡진 길도 있다. 그래서 일부 자동차 마니아들은 이곳이 독일의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닮았다고 해 '에버뉘르'라고 부른다고도 한다.
물론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고성능 차량의 스펙을 즐기기 위해 드라이빙하는 성능의 자동차는 아님을 감안해 가족과 함께 차를 탄다는 가정 하에 빠른 속도를 내지 않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시승을 진행했다.
가속력은 비교적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만한 경사를 계속 오르는 부분에서는 가속 페달을 밟으면 그대로 속도가 붙어서 차가 힘이 부족해 올라가는 게 답답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날 탄 트랙스 크로스오버 RS 트림에는 156마력에 24.1㎏.m의 토크를 내는 3기통 1.35L E-터보 엔진이 탑재됐다. RS트림의 가격은 개별소비세 인하 기준 2739만원이다.
핸들링도 나쁘지 않았다. 곡선 도로에서 핸들을 꺾으면 부드럽게 돌아가고 차가 재빠르게 휙 반응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세단과 장점이 결합했다 보니, 무게중심이 SUV보다 아래에 있어 주행 안정감도 들었다. 자동차 자체의 스펙이 높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잘 균형 잡힌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정숙성이 탁월해 보였다. 3기통 엔진을 탑재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적으로 진동이나 소음 단점을 많이 보완한 모습이다.
에드워드 허프네이글 수석 엔지니어는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 기능이 탑재됐는데, 이 차급에서는 흔하지 않다"며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소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잘 설계됐다. 보다 높은 차급에서도 이 정도의 소음이나 진동 수준은 느끼기 힘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준일 엔지니어는 "승용차 차급이지만 기준을 높게 세워 한국, 미국 고객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고자 했다"며 "로드 노이즈, 핸들링, 안전성 같은 것을 감안해 튜닝 전략을 조정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