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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방만경영 눈감아주고 종편 재승인 방해한 방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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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재임 기간에 방통위가 KBS의 방만 경영을 묵인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밝혀졌다. 반면 종합편성채널(종편)인 TV조선에 대해서는 평가 점수를 조작해 재승인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

감사원이 28일 공개한 방통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방통위는 2020년 12월 KBS에 대한 재허가를 심의·의결하면서 상위직급 비율 감축 조건을 부과하지 않았다. 3년 전인 2017년 12월 동일한 심의에서 KBS에 “과다한 상위직급 비율을 감축하는 등 직제규정의 정원표를 합리적으로 개정할 것”을 요구한 것과 상반된다. KBS는 간부 등 상위직급이 전체 직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7%에 이르러 경영 실적과 조직 경쟁력에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다.

KBS는 2017년 방통위 요구에도 구조 개선을 하지 않아 2018년 12월과 2019년 8월 두 차례에 걸쳐 시정명령 처분을 받았다. 2019년 10월에서야 최상위 2개 직급을 폐지하는 등 정원표 개정 결과를 방통위에 통보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최상위 직급 정원을 종전의 401명에서 763명으로 늘리는 등 2017년 재허가 조건의 취지에 맞지 않게 정원표를 개정했다”고 지적했다.

2020년 7월 말 기준 KBS의 G2 직급 이상 비율은 57.4%로 개정 직전인 2019년 말 56.5%보다 높았다. 2020년 목표치인 54.6%도 초과했다. 그럼에도 방통위는 2020년 12월 재허가를 의결하면서 KBS가 2017년 부여한 재허가 조건을 이행한 것으로 판단해 상위직급 비율 감축 관련 조건을 넣지 않았다. 2022년 11월 기준 KBS의 상위직급 비율은 56.8%로 목표치인 51.6%에 비해 5%포인트 이상 높다. 감사원은 “정원표 개정을 통한 감축 효과가 없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감사원은 방통위에 2020년 TV조선 종편 재승인 심사 결과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양모 전 국장과 차모 전 과장을 각각 파면, 해임하라고 통보했다. 애초 TV조선은 재승인 심사 채점 결과 총점이 재승인 기준인 650점을 넘고 중점심사사항(방송의 공적 책임)에서 과락도 없었다. 채점 다음날 이 사실을 전해 들은 한 전 위원장은 “시끄러워지겠네” “욕을 좀 먹겠네” 등의 의사 표명을 했다.

이후 양 전 국장은 심사위원장을 통해 TV조선 중점심사사항 점수를 과락으로 바꿨다. 방통위는 수정된 채점 결과를 토대로 TV조선에 ‘유효기간 3년’의 조건부 재승인을 부여했다. 유효기간 3년 역시 당초 규정과 달리 허위 법률 자문을 근거로 부당하게 단축한 것이었다.

방통위는 재승인 심사 당시 외부 추천 대상 심사위원 3명 전부를 방통위 상임위원 추천 인사로 채웠다. 그중 2명은 TV조선에 낮은 점수를 부여하는 데 관여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감사 과정에서 이 같은 위법사항을 확인해 검찰에 이첩했다. 검찰은 올 5월 한 전 위원장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5월 30일 한 전 위원장 면직안을 재가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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