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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의 기타 고피나스 수석 부총재가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계속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성장이 둔화될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고물가 고착화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고피나스 수석 부총재는 이날 포르투갈에서 열린 ECB 연례 포럼에 참석해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위험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1년간 이어진 금리 인상 사이클 속에서 최근 각국의 인플레이션율이 둔화되고 있지만, 전쟁 이후 치솟은 에너지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크게 낮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로존의 지난달 근원 CPI 상승률은 5.3%로 전월(5.6%) 대비 소폭 하락했다.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면 경제 주체들의 이자비용 부담이 급격하게 커지고, 금융위기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 고피나스 부총재는 향후 이러한 금융 스트레스로 인해 물가와 금융 안정이라는 두 목표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각국 정부들이 재정확대 정책 대신 중앙은행과 함께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 뛰어들 것을 촉구했다. 물가를 빠르게 잡아야 금리 인상 사이클도 더 빨리 종료할 수 있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해설이다.
고피나스 부총재는 “공급 충격이 광범위하고 경제의 주요 부문에 영향을 미치거나, 생산자가 비용 인상을 (가격에) 쉽게 전가할 수 있는 경제에서 중앙은행은 더 공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노동시장을 냉각시키더라도 ECB와 다른 중앙은행들이 강력하게 대응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CB는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3.5%까지 올렸다. 다음달에도 0.25%포인트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다만 금융 위기에 대한 대비책도 만들어야 한다고 짚었다. 주요국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의 높은 재정 적자도 위험 요소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다수 국가들의 부채비율은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넘어섰다.
고피나스 부총재는 이들 국가가 재정적자와 부채 수준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규칙을 제정하고, 은행위기를 막기 위해 모든 유로존 은행들을 위한 단일 예금 보험 제도를 만들 것을 촉구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