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취학 아동인데도 욕 먹을까 봐 일부러 1인분을 더 시키시는 부모님들이 있었는데 마음이 아팠습니다. 여기선 눈치 안 보셔도 된다고, 그저 아이들이 뛰어다니지만 않으면 된다고 말씀드려요.” (박석원·41세, 서울 용산구 파스타집 '라리에또' 사장)
어린아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이른바 '노키즈존' 식당과 카페가 성행하는 가운데 모든 어린이를 환영하는 서울시 ‘키즈오케이존’이 사업 시행 9개월 만에 500개소를 돌파했다.
서울시는 28일 ‘서울키즈 오케이존’ 참여 점포가 504개소에 달한다고 밝혔다. 작년 9월, 캠페인 시행 1달 만에 349개소가 참여키로 했고, 올해 155개소가 추가로 동참하겠다고 하면서 올해 목표를 넘어섰다. 서울시는 오케이존 점포를 2026년까지 700곳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서울키즈 오케이존은 모든 아이가 환영받고, 엄마·아빠(양육자)가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는 음식점이다. 아이 입장을 허락하지 않는 ‘노키즈존’의 반대 개념이다.
서울키즈 오케이존은 유아 의자와 수저?포크, 아이들을 위한 메뉴도 제공해 가족들의 편안한 식사를 돕는다. 그림 도구와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정원, 실내 놀이터 등의 시설을 조성한 특색 있는 곳도 있다.
올해부터 서울시는 ‘서울키즈 오케이존’ 참여 업체에 유아 의자?식기류 등 아이들의 식사를 도와주는 용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업체당 30만원씩 지원한다. 시는 올해 해당 사업에 예산 1억5000만원을 편성했다.
키즈 오케이존은 가게 문에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서울시 도시생활지도인 ‘스마트서울맵' 홈페이지를 통해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양육자들도 아이를 위해 다양한 편의가 제공되는 이 업소에 엄지를 치켜세운다. 이날 키즈 오케이존으로 지정된 서울지하철 5호선 충정로역 인근 ‘우진갈비’를 찾은 고모씨 자매는 “평소에도 아이용 식기와 의자가 구비된 식당을 찾아 헤맸다"며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이 제한적이다보니 키즈 오케이존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각각 20개월과 30개월 된 영아를 키우고 있다.
‘키즈 오케이존' 두고 시민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일각에선 “부모와 아이들의 편의 못지않게 사업주의 재산권과 다른 손님들이 방해받지 않을 권리도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시는 저출생 시대에 아이를 반기는 문화가 조성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서울시는 양육자 존중 캠페인뿐만 아니라 업소 내에서 양육자를 비롯한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아이들에게 공공장소 예절을 가르치는 캠페인도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