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에 사는 강모씨(36)은 점심을 먹다 아내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아내는 "지금 청약홈에 접속할 수 있으니까 얼른 들어가서 신청해봐"라며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씨는 "2020년과 2021년 집값이 폭등장을 겪고 난 후 '내 집 마련'에 아내가 더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2. 김모씨(39)는 이날 처남한테 연락을 받았다. 몇 달 만에 연락한 처남이 메신저 채팅방에 뜬금없이 '흑석자이' 관련 기사를 올린 것이다. 김씨는 "오랜만에 인사도 없이 대뜸 '흑석자이' 관련 기사를 보낸 처남이 괘씸했지만, 한편으론 '부동산에 관심이라곤 하나도 없는 처남도 알 만큼 관심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시 동작구 흑석동 '흑석리버파크자이' 무순위 청약(줍줍)에 93만명이 몰렸다. 역대 가장 많은 청약자를 기록한 2020년 29만8000명의 3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수년 전 분양가로 공급돼 당장 6억원가량 시세 차익이 기대된 점이 예비 청약자를 끌어모았다. 무순위 물량과 계약취소주택 물량이 서로 당첨자 발표일이 다르다는 점도 예비 청약자들이 몰린 이유다. 이런 기대감에 무순위 청약을 하는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헤프닝도 벌어졌다.
2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있는 '흑석리버파크자이'는 이날 무순위 물량 1가구와 계약취소주택 1가구 등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2가구 모집에 93만4728명이 몰려 46만7364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59㎡는 82만9804대 1의 경쟁률을, 전용 84㎡는 10만4924대 1의 경쟁률이 나왔다.
역대 최다 청약자 기록을 새로 썼다. 기존에 가장 많은 청약자를 끌어모았던 곳은 2020년 서울 은평구 수색증산뉴타운 'DMC파인시티자이'였다. 미계약 잔여 물량 1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 29만8000명이 몰렸다. 역시 주변 시세보다 가격이 크게 낮아 관심을 모았다.
이번 '흑석자이리버파크자이' 전용 59㎡ 경쟁률이 더 높았던 이유는 무순위 물량이어서다. 무순위 청약은 전국 누구나 주택 수, 청약통장 소지 여부와 관계없이 만 19세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다. 가구주가 아닌 가구원도 청약할 수 있다. 전국에서 관심 있게 본 물량이다. 전용 84㎡는 계약 취소 물량이었다. 서울에 사는 만 19세 이상 무주택 가구주만 청약할 수 있었다.
예비 청약자들이 주목한 것은 가격이다. 이 단지는 지난 2월 입주를 시작했는데 분양가는 3년 전 가격으로 책정됐다. 전용 59㎡ 분양가는 6억4650만원, 전용 84㎡ 분양가는 9억6350만원이다.
현지에 있는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와 네이버 부동산 등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 59㎡ 매물은 13억~14억원에, 전용 84㎡ 매물은 15억9000만원~20억원에 나와 있다. 두 면적대 모두 최소 6억원가량의 시세 차익이 예상된다.
흑석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입주자모집공고가 나온 이후로 청약에 관심 있는 예비 청약자들의 문의가 많았다"며 "시세 차익이 기대되고, 비강남권이지만 강남권과 가깝다는 점 등이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당첨자 발표일은 계약 취소 주택은 오는 29일이며 무순위 물량은 오는 30일이다. 당첨되면 자금 조달이 중요하다. 전용 59㎡는 계약할 때 계약금 20%를 내야 한다. 현금 약 1억3000만원이다. 잔금은 오는 9월7일까지다. 전용 84㎡ 역시 계약금 20%인 약 2억원이 필요하고 마찬가지로 9월7일까지 잔금을 치르면 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당장 수중에 1억~2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한 예비 청약자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 "만약 계약금을 내지 못하면 예비 당첨자에게 순번이 돌아가는 만큼 계약금 마련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홈페이지는 먹통이 되기도 했다. 단지에 관심 있는 예비 청약자들이 갑자기 몰리면서다.
이 단지 청약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시작됐는데 예비 청약자들이 몰리면서 시작과 동시에 홈페이지가 멈췄다. 부동산원에서 조치에 나서면서 오전 9시35분께 홈페이지 이상 현상은 해소됐다. 다만 청약자가 계속 밀려들면서 오후까지 접속 대기 인원은 계속 이어졌다. 홈페이지가 개설된 이래로 사이트가 마비된 것은 처음이라는 게 부동산원의 설명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