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방만 재정 행태는 기가 찰 지경이다. 지방정부 곳간이 지자체장의 치적 쌓기와 총선을 위한 포퓰리즘에 활용되면서다. 시비 63억원과 국비 50억원 등 총 113억원이 투입된 전남 백운제 테마공원은 유령공원으로 전락했다. 210억원짜리 경북 상주시 특산물 테마파크도 방문객이 끊긴 채 관리비용만 쓰고 있다. 이처럼 ‘세금 먹는 하마’가 된 지자체 랜드마크가 한두 곳이 아니다. 그런데도 내년 국비를 지원해달라는 지자체 사업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나라 살림이 위기에 처한 데다 올해 역대급 세수 결손 사태가 현실화한 상황에서 지자체들의 퍼주기도 도를 넘고 있다. 올해 들어 지자체 186곳이 총 19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 이 중 상당수는 현금 살포성 사업용이다. 한 기초자치단체는 5200만원을 들여 65세 이상 노인 90명의 해외여행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다른 기초단체는 젊은 탈모증 환자에게 1인당 50만원의 치료비를 주고 있다. 이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지방의회마저 한통속인 경우가 적지 않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지난해 예산 기준으로 평균 45.4%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체 예산 중 지방세 등 자체 수입 비율이 절반도 안 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돈을 펑펑 쓰는 것은 가만히 있어도 국세 일부가 지방교부금으로 자동 이전되기 때문이다. 전임 정부는 ‘연방국가 수준의 재정 분권화’를 기치로 내걸고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8 대 2에서 7 대 3으로 조정했다.
지방정부 재정 위기는 국가부채 위기로 이어지는 동시에 지방자치 시스템 자체를 뒤흔들 수 있다. 각 지자체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무분별한 예산 사용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에도 적자나 부채를 일정 비율 이하로 관리하는 ‘재정준칙’ 도입이 시급하다. 행정안전부가 지방재정법 개정을 통해 재정 관리를 강화하고 있지만 사후적 재정 규율에 불과한 만큼 사전적 형태의 채무준칙이 필수다. 그런데도 중앙정부 재정준칙 법안마저 32개월째 국회에서 공전시키는 정치권 현실은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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