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택시장의 조정기가 길어지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2006년 해외 부동산 투자 자유화가 실시된 이후 해외부동산투자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투자자들의 구성 또한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일부 부유층으로만 한정되었던 해외 부동산 투자에 일반 중산층 투자자들도 가세하고 있습니다. 10년 동안 부동산투자자들의 자본도 축적됐고, 해외 부동산시장은 국내에 비해서는 하락폭이 작았고 반등도 빨라 위험이 적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강남 아파트의 가격 또한 이제는 일반 투자자들이 넘볼 수 있는 수준을 크게 넘어섰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의하면 서울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10억원이 넘습니다. 강남구의 아파트는 2023년 5월 현재 21억4000만원입니다. 이제 강남 아파트는 자산가들의 그들 만의 리그로 바뀌고 있습니다. 반면 해외에는 아직도 적은 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매력적인 주택이 꽤 됩니다. 특히 이민과 연계된 투자는 더욱 매력적입니다. 포르투갈의 경우 여전히 투자이민을 열어놓고 있고 50만유로(7억1000만원) 이상의 부동산(주택)을 취득하면 거주가 가능한 골든비자(Golden Visa)가 나옵니다. 그 거주증으로 다른 EU내 국가로 쉽게 이동, 다른 일들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영향이 반영된 탓인지 해외부동산 취득건수는 팬데믹 기간에도 꾸준합니다. 특히 개인의 부동산투자도 건수는 줄었지만 금액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2021년 전체 해외부동산 취득건수는 2455건, 취득금액은 6억달러로 집계되었습니다. 2020년 대비 건수는 408건이 줄었지만 취득금액은 2억1000만 달러나 증가한 규모입니다. 해외부동산 취득에 따르는 송금 한도가 폐지된 이래 팬데믹 상황에 따른 경제충격과 전세계적인 부동산가격 변동에도 불구하고 내국인의 해외 부동산 취득과 투자 규모의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말입니다.
과거에는 이민, 유학 등 실수요 중심이 주를 이루었다면 최근 해외 부동산투자는 해외투자 자유화 정책 등의 영향으로 투자를 목적으로 한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2022년부터 시작된 국내 주택시장의 침체 또한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훨씬 가격 하락폭이 크며 반등도 늦었기 때문입니다. 해외부동산 투자가 대안으로 부상한 이유입니다.
투자 목적이 달라지니 투자대상도 다변화되고 있습니다. 과거 이민이나 유학의 수요가 많은 선진국 중심에서 개발도상국이 투자 대상국으로 부각되는 중입니다. 고령화와 저금리 또한 이를 부채질합니다. STARLING Properties에서 조사한 2023년 최고의 부동산투자 국가(Best Countries to Invest in Real Estate in 2023)에 의하면 1위는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2위는 터키의 이스탄불이었습니다.
최근 베이비붐세대의 은퇴와 내수 경기의 악화로 아시아 등 해외로의 이민이나 장기체류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국내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해외 체류 및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한달 살기 트렌드 또한 국내를 벗어나 해외로 향하는 중입니다. 동남아시아의 경우 평균 기온 또한 은퇴자들에게 적합합니다. 각국의 은퇴지원 정책도 국내 은퇴자들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등은 국가 차원에서 은퇴이민을 장려하고 사전답사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해외주식 투자도 비슷한 경로를 걸어왔습니다. 부유층들을 중심으로 국내 주식투자의 대체투자처로서 주목받다가 지금은 일반인들도 투자하는 등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서학개미는 이제는 낯선 용어가 아니듯이 말입니다.
향후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입니다. 자산부문은 금융이든 부동산이든 분산투자의 대상으로 해외를 고려하는 투자가 일반화될 것입니다. 과거의 해외 부동산투자가 부유층들이 참여한 일시적인 경향이었다면 향후 해외부동산투자는 중산층들이 가세한 지속적인 경향으로 변모할 것입니다. 투자 금액의 과다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부동산시장을 대체할 투자수단으로 부각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웃나라 일본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니케이225지수가 3만선을 다시 돌파할 정도로 경제가 좋습니다. 여전히 저금리 상황이라서 법인을 활용할 경우 레버지리 극대화도 가능합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현재 엔저 상황이라 추후 환차익을 통한 추가 수익도 기대가 된다는 점입니다. 해외부동산투자를 경험한 분들은 궁극적인 투자수익은 환차익에서 결정된다고 합니다. 자산 포트폴리오 분산 측면에서 해외부동산투자를 고려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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