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 얘기 좀 그만하라고 해주세요. 장사가 안 돼서 내년이면 일 다 접게 생겼어요."
22일 강원 강릉시 주문진 좌판풍물시장에서 만난 상인 천모씨(62)는 "민주당이 후쿠시마 오염수로 불안감만 더 조성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우려하는 수산업계의 현장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며 이 시장을 찾았다. 이 대표는 "오염수 방출로 대한민국 수산업계와 자영업계의 피해가 매우 크다"며 "실질적인 문제 대응과 구제책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어민들의 생계와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지난 21일 정책 의원총회에서 "어제(20일)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서명운동 23일 만에 100만명을 돌파했다"며 "7월 한 달 동안 전국을 순회하며 규탄대회와 결합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어민들 "'방사능 괴담'에 국민 불안감 커져...생선 아무도 안 사"
하지만 현장에서 기자가 만난 상당수 수산업계 관계자와 어민들은 민주당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운동이 되레 자신들의 생계를 위협한다고 호소했다. 민주당의 '오염수 괴담'으로 번진 국민적 불안에 수산물 수요가 크게 줄었다고 봤다. 좌판풍물시장에서 10년 넘게 장사를 하고 있는 최모씨(63)는 "손님 수는 작년과 비슷하다"면서도 "대신 손님들이 생선을 사가질 않는다. 작년에 열 마리를 팔았다면 올해는 겨우 한 마리 파는 정도"라고 푸념했다. 상인 김모씨(31)는 "방사능 얘기가 뉴스에서 나오기 시작한 이후 손님들이 생산을 사려고 집었다가도 내려놓기 일쑤"라고 했다. 생선을 사가는 손님들도 후쿠시마 오염수 얘기를 빠지지 않고 한 마디씩 던진다고 했다.
장사가 잘 안 되자 울며 겨자먹기로 생선을 냉동 보관하는 일도 허다하다. 최 씨는 기자에게 냉동고를 보여 주며 "어망으로 잡은 잡어가 팔리지 않아 얼려 놓은 지 한 달이 다 돼 간다"며 "결국 팔리지 않으면 내다 버려야 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대로 가다간 내년에 장사를 다 접어야 한다"고 했다.
어민들은 민주당이 괴담을 조장하지 말고 '과학적 검증'에 충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40년 넘게 어부로 일한 박모씨(69)는 "정부와 국제기구의 검증 결과를 신뢰하는 게 우선 아니냐"며 "이를 믿을 수 없다는 민주당이 얼마나 더 정확한 데이터를 내놓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천 씨는 "엑스레이 촬영을 할 때도 소량의 방사능에 노출된다고 들었다"며 "방사능이 위험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게 괴담이 아니고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李 지지자들, 호루라기 불며 '오염수 방류 반대' 외쳐
이날 민주당 지지자로 보이는 유튜버들은 이 대표를 따라 몰려다니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구호를 외쳤다. "우리 어민 다 죽는다"고 쓰인 피켓을 든 한 지지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한다"며 상인들의 호응을 유도했다.호루라기로 구호 장단을 맞추며 이 대표를 쫓아다닌 지지자도 있었다. 어민 두 명이 이 대표를 향해 항의하려 하자 일부 지지자가 걸음을 제지하기도 했다.
상인들 사이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이모씨(42)는 "지금은 안전하더라도 10년, 20년 뒤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며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를 반대하는 민주당의 방향 자체는 맞다"고 주장했다.
김형식 주문진어촌계장은 이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로 국민들과 어민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정책을 잘 마련해 어민들 삶에 더 보탬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님이 (어민들이) 힘드실 텐데 힘을 좀 많이 내 달라고 말했다"며 "특히 민주당이 국민의 삶을 챙기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다음 달 호남과 충청, 제주 등을 방문해 어민들의 목소리를 청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