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매제한 규제 완화 이후 수도권의 분양권 거래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거래량 자체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프리미엄(웃돈)도 조금씩 붙고 있다. 시장 활성화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실거주 의무 규제가 아직 남아 있지만, 집값 반등세 등에 힘입어 수요가 늘고 있다는 평가다. 재건축·재개발 단지 입주권도 분양가보다 수억원 비싼 가격에 거래된 사례가 나오고 있다.
○서울에서 ‘억대 프리미엄’ 속속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의 분양권·입주권 거래는 총 1717건(분양권 1531건, 입주권 186건)으로 집계됐다. 작년 5월 350건(분양권 266건, 입주권 84건)과 비교할 때 1년 새 390% 증가했다. 서울의 분양권 거래량은 같은 기간 1건에서 44건으로 늘어났다. 정부가 지난 4월 수도권의 전매제한 기간을 최대 10년에서 최대 3년으로 대폭 완화한 영향이 크다.프리미엄은 수억원대에 달한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한양수자인그라시엘’(1152가구) 전용면적 84㎡ 분양권은 지난달 14억1485만원에 거래됐다. 2019년 당시 분양가가 8억원 후반~10억82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최소 3억원 넘는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동작구 ‘흑석리버파크자이’(1772가구) 전용 59㎡ 분양권은 지난달 11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6억원 후반~7억원 초반대던 3년 전 분양가보다 4억원 넘게 올랐다. 작년 9억원대 가격에 분양된 중구 ‘힐스테이트센트럴2단지’ 전용 59㎡도 지난달 10억1473만원에 거래됐다.
반면 경기·인천은 지역과 입지 등에 따라 편차가 크다. 지난달 경기에서 분양권 거래가 가장 많았던 ‘양주옥정신도시제일풍경채레이크시티2단지’ 전용 84㎡는 3억원 후반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3년 전 분양가 최고 가격이 3억80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프리미엄이 좀처럼 붙지 않고 있다. 반면 반도체 개발 호재가 있는 용인시 처인구 ‘힐스테이트용인고진역D2블록’ 전용 84㎡는 지난달 분양가보다 1억원가량 비싼 5억1817만원에 거래됐다.
○둔촌주공 입주권 프리미엄 5억원
전매 제한 기간은 대폭 단축됐지만 아직 실거주 의무 규제가 남아 있다. 청약 당첨일로부터 1년 내 분양권을 팔면 시세 차익의 77%(지방소득세 포함), 1년 초과 시엔 66%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하는 등 세금 부담도 크다. 그럼에도 분양권 거래가 늘고 있는 건 서울 아파트값이 바닥을 다지고 있는 데다 공사비 상승으로 분양가가 오르고 있는 현 시장 상황 때문이라는 평가다.서울에서 분양권 거래가 가장 많은 동대문구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 전용 84㎡ 분양권도 10억~11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지어진 지 10년 된 인근 구축 아파트인 ‘래미안크레시티’ 전용 84㎡는 최근 12억원 초반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앞으로 서울 분양권 가격 상승 여력이 더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분양권 거래 물량 대다수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단지여서 가격에 대한 장점이 충분히 있다”며 “3기 신도시가 들어서는 경기와 인천에 비해 서울은 공급이 부족한 편이어서 규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았음에도 신축 품귀 현상을 예상하고 새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거주 의무 등에서 자유로운 입주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전용 84㎡ 입주권이 지난달 18억원에 거래된 데 이어 이달 18억5600만원에 매매됐다. 기존 분양가보다 5억원 비싼 가격이다. 은평구 ‘DMC SK뷰 아이파크포레’ 전용 84㎡ 입주권도 지난 3월 9억5323만원에서 지난달 10억9109억원으로 올랐다. 분양권이 청약 당첨자에게 주어지는 권리라면 입주권은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이 갖고 있는 권리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