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 농구공을 쥔 남성 실루엣이 하늘을 향해 뛰어오르는 일명 ‘점프맨’. 나이키 조던의 이 로고에 심장이 뛰는 사람들에게 일본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조던 브랜드의 정점’으로 불리는 ‘나이키 조던 월드 오브 플라이트’가 이탈리아 밀라노 1호점에 이어 지난 3월 도쿄에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나이키가 농구 문화에 대한 헌정으로 설계한 이 조던 매장은 오직 조던 브랜드 제품으로만 채워진다. 기존 농구 마니아의 관심에 올해 초 영화 ‘슬램덩크’의 인기까지 더해지며 도쿄로 ‘조던 원정’을 떠나는 사람도 꽤 있었다.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홍대입구역 2번 출구 앞 ‘조던 월드 오브 플라이트 서울 홍대’가 23일 공식 개장하면서다. 전 세계 세 번째 매장으로 서울을 택한 이곳을 미리 가봤다. 1041㎡(약 315평), 2층 규모의 대형 매장에는 어렵게 구해야 했던 조던 농구화들이 대거 진열돼 있다.
이곳은 단순히 신발을 파는 매장이라고 하기 어렵다. “홍대 앞에서 농구 문화와 한국 예술 커뮤니티가 연결되는 상징적인 장소로 만들고 싶었다”는 나이키의 말처럼 이 매장은 작은 미술관처럼 꾸며졌다. 국내 아티스트 여섯 명이 작품을 만들어 곳곳에 전시했다.
옷을 입어볼 수 있는 피팅룸도 그렇다. 바닥에는 조던 브랜드의 정체성과도 같은 ‘농구 전설’ 마이클 조던을 상징하는 빨간색과 그의 등번호 23번이 촘촘히 적힌 카펫이 깔려 있다. 피팅룸의 문을 열고 나오면 바로 벽에 걸린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1층엔 건축가 강영민의 ‘LTP’가 걸려 있다. 강영민은 산업 현장에서 버려진 산업용 플라스틱을 주워 그 위에 나이키 조던을 상징하는 세 가지 색 빨강, 검정, 하얀색을 덧입혔다.
2층 피팅룸의 문을 열면 일러스트레이터 서인지가 그린 ‘이지 브리지’가 사람들을 맞는다. 한복을 입은 세 명의 여성 캐릭터는 모두 나이키 조던 신발을 신고 있다. 발을 돋보이게 취한 포즈가 눈에 띈다.
조각가 이광호가 천연 재료로 직접 농구 골대 모양으로 꼬아 만든 대형 오브제도 1층과 2층 계단을 가로질러 설치됐다. 계산대 뒤에는 농구 골대 모양을 한 작품 두 개가 전시됐다. 디자이너 황준하와 레어버스의 작품인데, 새로운 시각으로 ‘농구'를 표현했다.
조던 월드 오브 플라이트 서울의 오픈과 함께 나이키 조던의 신제품 ‘루카 2’도 공개됐다. 이 제품은 7월 세계 동시 공개 예정이지만 서울에서만 6월 23일 발매를 결정했다고. 루카 2의 선발매 소식만으로도 이미 조던 마니아의 스토어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매장 안엔 직접 운동화를 만들 수 있는 ‘워크샵’ 공간도 있다. 조던을 구매한 이들이 워크샵 공간을 찾으면 신발끈, 패치, 금속 액세서리 등을 모두 마음 가는 대로 커스텀해 나만의 신발을 맞출 수 있다. 매장 안에서 마이클 조던의 농구 코트 위에서의 모습을 돌아보고 만화책 <슬램덩크> 전권을 읽어볼 수 있도록 조성된 라운지도 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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