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던 지난 21일 오후 국회에 도착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모습이 화제다. 과거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이른바 '황제의전'과는 정반대의 행동을 보이면서다.
한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 출석을 위해 관용차에서 내렸다. 서울에 5~20mm의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한 장관은 검은색 우산을 펼쳐 쓰고 현관으로 들어섰다. 한 장관 왼편에는 함께 우산을 쓰고 나란히 걷던 보좌진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포착됐다.
이 남성은 휴대폰을 양복 주머니에 넣은 뒤 한 장관으로부터 우산을 건네받으려고 하지만, 한 장관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건물 입구까지 우산을 함께 씌워줬다. 이후 우산을 직접 접은 뒤 남성에게 건넸고, 한 장관은 취재진 앞에 서서 질문을 받았다.
한 장관의 이런 모습은 2021년 8월 27일 강성국 당시 법무부 차관의 '황제 의전' 논란과 함께 묶여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번에 다시 소환된 논란은 당시 강 차관이 아프가니스탄인 특별 기여자 관련 브리핑을 하는 도중 수행 비서가 비가 오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우산을 씌워주면서 점화됐었다.
당시 법무부 측은 "직원이 처음에는 옆에서 우산을 들고 있었는데, 방송용 카메라에 나오지 않으려다 보니 차관 뒤로 자리를 옮겨 우산을 들고 있던 과정에서 다리가 아파 무릎을 꿇고 있는 자세를 취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강 차관도 결국 사과문을 내고 "엄숙하고 효율적인 브리핑이 이뤄지도록 법무부 직원이 몸을 사리지 않고 진력을 다하는 숨은 노력을 미처 살피지 못해 이유를 불문하고 국민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비가 오던 2021년 1월 21일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현판식에 참석하면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모습도 언급됐다. 한 장관의 지지자들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은 "진짜 소탈하고 권위의식 없는 모습 너무 좋다", "몸에 베어있는 것 같은 자연스러운 배려심이 참 좋다" 등 호평을 쏟아냈다.
한 장관은 장관 취임 후 법무부 내부망을 통해 직원들에게 모든 보고서나 문서 등에서 장관을 비롯한 간부 언급 시 '님'자를 빼라고 지시하는 등 탈권위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자신의 차문을 열어주는 의전도 없애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