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세계는 디지털 사회로 완전히 탈바꿈해 고객 인식에도 대전환이 불가피한 시점이다. 이제 산업구조의 변화와 함께 고도화된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기존의 고객 대응 전략만으로는 고객 욕구를 충족시키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응용 기기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사회가 구성되고 있다.
디지털 사회로의 급격한 전환에 따라 반도체 시장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반도체는 가전을 비롯해 자동차, 바이오, 국방, 우주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디지털 기기의 핵심 부품이 됐고 산업구조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산업 발전은 선형적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진행돼 신기술들의 새로운 융합 비즈니스가 만들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전혀 다른 생태계를 구축한 고객과 만나게 될 것이며 이런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새로운 디지털 경영 전략 구축이 시급하다. 또 새로운 고객 생태계에 대한 고찰과 함께 전문 인력 양성에도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고객만족역량지수(GCSI·Global Customer Satisfaction Competency Index) 조사가 올해로 19년차를 맞았다. GCSI는 사단법인 글로벌경영협회(회장 배순훈 전 정보통신부 장관)가 주최·주관해 한국 산업계를 대상으로 매년 실시하고 있다.
올해 조사 결과 2023년도 평균 지수는 70.81로 전년 70.79 대비 0.0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폭이기는 하지만 상승 국면을 보인 것은 코로나19 상황이 끝을 보이면서 시장 변화에 대한 고객의 기대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네 가지 차원별 분석 결과를 보면 지난해 고객가치 경영에 대해 새로운 활로를 요구받았던 충성도(Loyalty) 차원이 0.02포인트 소폭 상승한 70.34로 나타나 기업 개선 노력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역량(Global Competency) 차원은 0.01포인트 상승한 70.87로 조사돼 고객들에게 글로벌 경영에 대한 기대치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객만족 요소(CS Factor) 차원은 지난해 하락 반전 이후 0.01포인트 상승한 71.14로 조사돼 품질 만족도가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다. 고객 가치(Customer Value) 차원은 지난해 상승 곡선으로 변한 이후 다시 0.02포인트 상승한 70.74로 나타났다.
4개 차원 모두 상승한 것은 팬데믹이 끝을 향하면서 기업들의 고객만족을 위한 전략 경영이 활로를 찾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오랜 기간의 팬데믹이 기업 경영에 미친 여파는 당분간 악재로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산업군 분석에서 각각의 산업군은 소폭의 지수 상승과 하락이 엇갈리며 전체 지수 성장을 더디게 하고 있다. 지난해 하락이 두드러졌던 유통 산업은 상승 현상을 보여 지수 상승을 받쳐줬다. 지난해까지 높은 상승 폭을 유지했던 전자정보통신 산업은 완만한 성장세를 보여 시장 정체가 우려된다. 건설 산업군은 건설 경기 침체와 맞물려 지수 하락 현상을 보여 새로운 대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74개 조사 대상 상품군의 GCSI 분석 결과에서는 전자정보통신 산업군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가 75.99로 전년 대비 0.04포인트 상승하며 지난해에 이어 전체 지수 1위를 지속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갤럭시S23 시리즈를 출시했다. 카메라 성능을 더욱 개선해 2억 화소 카메라에 100배 줌 기능을 담았다. ‘나이토그래피’ 등 혁신 기능을 앞세워 새로운 촬영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만족도를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LG전자와 경쟁이 치열한 스마트TV 부문에서 삼성TV는 여전히 1위 자리를 고수했다. 삼성 QLED 8K는 올해 75.12로 0.03포인트 상승해 지속적으로 전체 지수 순위 2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결과는 삼성전자가 Neo QLED, 마이크로 LED, 라이프스타일 TV와 같은 혁신 제품 출시는 물론 ‘고객 경험 중심 DNA’로 사용성을 꾸준히 강화하며 호평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동일한 콘텐츠를 시청하고 있는 다른 사용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라이브 채팅’ 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면서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의 TV와 노트북도 지수 최상위권으로 평가되고 있어 한국의 양대 전자기업이 전체 글로벌 지수 상승을 지속적으로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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