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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韓 미술시장 성장세 놀랍다"…日 갤러리 첫 상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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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메이저 갤러리’ 중 하나인 일본 화이트스톤이 한국에 진출한다. 오는 9월 ‘프리즈 서울’ 개최에 맞춰 서울 남산 옛 힐튼호텔 건너편에 지하 1층~지상 4층, 700㎡ 규모로 갤러리(사진)를 조성한다. 일본 갤러리가 한국에 정식으로 지점을 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화이트스톤 서울 개관 준비를 위해 방한한 고에이 시라이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미술만 놓고 봤을 때 아시아는 이제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큰 시장이 됐다”며 “서울점을 통해 한국의 유망 작가들을 발굴하고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1967년 화이트스톤을 설립한 유키오 시라이시의 아들이다. 2013년부터 화이트스톤을 이끌고 있다.
○韓 단색화와 日 건축 거장이 꾸민 공간
서울점은 화이트스톤이 아시아에 내는 일곱 번째 지점이다. 화이트스톤은 일본(도쿄·가루이자와), 중국(베이징·홍콩), 대만(타이베이), 싱가포르에 지점을 두고 있다.

시라이시 CEO는 서울 진출을 오래전부터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시장 조사에만 3년이 걸렸고, 갤러리를 내기로 결정한 후에도 여러 차례 한국을 오가며 직접 장소를 알아봤다”며 “오랜 고민 끝에 서울 야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남산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화이트스톤은 서울점을 한국문화와 일본문화가 섞인 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건물의 검은색 외관은 한국 ‘단색화’에서 따왔다. 시라이시 CEO는 “단색화를 매우 좋아하는데, 여기서 영감을 받아 외관을 미니멀하게 디자인했다”고 했다. 내부 디자인은 일본 유명 건축가인 구마 겐고가 맡았다. 자연친화적 소재를 즐겨 쓰는 구마답게 내부를 나무로 디자인할 계획이다.

시라이시 CEO는 화이트스톤 서울을 한·일 양국 컬렉터와 예술가가 한데 어울리는 ‘교류의 장’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그는 “9월 개관 때 ‘아이 러브 코리아’라는 제목으로 화이트스톤 소속 작가들을 소개하는 전시와 한·일 컬렉터·작가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했다.
○“한국 미술계에 ‘마이너스’ 안 될 것”
화이트스톤이 서울에 지점을 내기로 한 건 한국 미술시장이 그만큼 성숙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아트부산 등에 참가해보니 한국 아트페어(미술품 장터)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느꼈다”며 “한국 컬렉터 역시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진지하고 작가에 대해 깊이 공부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다른 외국 유명 갤러리도 같은 이유로 잇달아 한국에 지점을 내고 있다. 영국 화이트큐브는 9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첫 번째 지점을 내고, 오스트리아 타데우스로팍과 독일 페레스프로젝트는 최근 서울 갤러리를 확장했다. 그러다 보니 국내 갤러리들 사이에선 “외국 유명 갤러리들에 안방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라이시 CEO는 “화이트스톤은 한국 미술계를 장악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며 “일본 대만 중국 등 각국 컬렉터를 한국에 데려오고, 한국의 숨은 유망 작가들을 세계에 알리는 ‘교두보 역할’을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화이트스톤은 일본의 20대 작가 에쓰 에가미를 세계 무대에 알린 경험이 있다. 에쓰는 경매건, 아트페어건 작품이 나오는 족족 ‘완판(완전판매)’되는 인기 작가다. 시라이시 CEO는 “한국에도 에쓰처럼 창의적인 작품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을 수 있는 작가가 충분히 많다”고 했다.

화이트스톤의 ‘한국 작가 알리기’ 프로젝트는 진행 중이다. 다음달에는 대만 지점에서 한국 중견작가 권순익 개인전을 연다. 흑연을 활용한 회화부터 대규모 기와 설치 작업까지 권 작가의 작품세계를 대만 컬렉터들에게 자세히 소개할 계획이다. 그는 “아시아 곳곳에 있는 화이트스톤 지점을 활용해 한국 미술시장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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