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를 하면서 꾸준히 편지를 주고받고, 면회를 올만큼 돈독한 관계의 연출자와 의기투합했고, 작품을 위해 10kg 이상 증량하며 운동해 초콜릿 복근을 만들었다. 또 하나의 대표작을 만들겠다는 각오였다. "군대에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된 촬영이었지만, 누구 하나 다치지 않았고, 그렇게 촬영의 80% 이상이 마무리됐을 무렵 함께 출연하던 배우의 음주 교통사고 소식이 전해졌다. 촬영은 중단됐고, 대본은 수정됐다. 이 모든 과정을 '우여곡절'이라고 에둘러 표현한 배우 우도환은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온 거 자체가 너무나 감사한 일"이라면서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사냥개들'은 사람 목숨보다 돈이 먼저인 사채업의 세계에 휘말린 두 청년이 악의 배후에 맞서 열렬하게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우도환은 복싱 기대주에서 어머니의 빚으로 사채업자들과 얽히게 된 주인공 김건우 역을 연기했다.
인터뷰 당일 '사냥개들'이 글로벌 인기 콘텐츠 2위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우도환은 "다행이라는 안도가 들었다"며 "정신적으로 죽음의 순간까지 보냈는데, 우리의 노고가 통한 거 같다"면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1시간여의 인터뷰 내내 '주인공의 부담감'을 반복해서 언급했던 우도환은 군 복무 이후 오랜만에 복귀하는 것도, 이전까지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도, 매일 몸을 만들어야 했던 촬영 기간도, "모든 것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8부작으로 기획된 작품에서 6회 촬영까지 마무리된 상황에서 후 불거진 김새론의 음주운전 소식에 우도환은 "청천벽력"이었다고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 소식을 듣고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고요. 연출자인 (김)주환이 형은 눈앞이 하얘졌다고 하는데, 저는 까매졌어요.(웃음) 그렇지만 더욱 의기투합했어요. 형은 제주도로 내려가 7, 8부 대본을 다시 썼고, 저는 그동안 몸을 더 열심히 만들었어요. 제주도로 내려가서 응원도 하고요. 같이 있어 주고 싶더라고요. 그만큼 소중한 사람이었어요."
김주환 감독과 우도환은 영화 '사자'로 인연을 맺었다. 김주환 감독은 우도환을 생각하며 김건우라는 캐릭터를 썼다고 밝혔다. 우도환은 김주환 감독의 "근육 갑옷을 입었으면 좋겠다"는 주문에 몸을 만들었고, 순수함과 정의로움이 공존하는 김건우라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형과는 연인 같은 사이였던 거 같아요.(웃음) 군대에서도 정말 연락을 많이 주고받았어요. 서로를 잘 알아서 믿고 간 부분이 많았어요. 돈독한 신뢰 관계가 아니라면 '완벽하게 변신해 달라'는 요구를 한다는 게 연출자라도 쉽진 않아요. 그걸 듣는 배우가 반감을 느낄 수도 있고요. 하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그만큼 믿었어요."
일각에서는 '사냥개들'이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음에도 많은 사건과 흐름에 있어서 다른 부분들이 있고, 특히 마지막 7, 8회의 전개가 "매끄럽지 않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우도환은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도 부드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모두가 고민했다"고 전했다.
"그녀는 그 후에 촬영할 수 없었어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끊긴다', '흐름이 바뀐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그래서 (이)상이 형과 저의 브로맨스가 더 살지 않았나 싶어요. 저희끼리는 '오히려 좋아'라고 했어요. '큰일났다'는 말을 꺼내지 않으려 했어요. 제가 그걸 입 밖으로 꺼내면 진짜 큰일이 날 거 같았어요."
촬영 내내 매일매일을 성실하게 살았고, 7, 8회의 빌런으로 깜짝 등장한 김민재를 직접 섭외하며 보이지 않은 곳에서도 작품을 위해 힘쓴 우도환이었다. "입대 전에는 앞만 보며, '성공하고 군에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작품에 임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는 우도환은 '사냥개들'로 완벽하게 복귀했다는 평을 받는다. 우도환 자신도 '사냥개들'을 자신의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꼽았다.
"'위대한 유혹자' 이후 처음으로 다시 주인공 역할을 하게 됐어요. '조선변호사'를 먼저 선보이긴 했지만 촬영은 '사냥개들'이 먼저였거든요. '위대한 유혹자' 때 너무 힘들어서 서브롤을 많이 했어요. 주인공이 가져야 하는 책임감, 나보다 남을 생각해야 하는 것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어요. 그런 시간을 보낸 덕분에 지금은 조금은 여유로워진 거 같아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