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살림의 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재정준칙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히면서 불합리한 재정 정책이 추진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은 20일 정책평가연구원(PERI)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연 심포지엄에 참석해 “재정준칙 도입이 시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국회의 잘못된 오해로 인해 처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합리적인 정책평가 결과가) 최종적인 정책 선택으로 이어질 때 다른 요소가 고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차관은 “소득주도성장 정책 아래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과 과도한 재정 지출을 초래했다”며 “불합리한 정책 추진을 방지하기 위해 재정준칙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했다.
재정준칙은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을 때는 적자 비율을 2%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0년 10월부터 관련 법안이 추진됐지만 현재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재정준칙이 복지 지출 축소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또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내용의 ‘사회적경제기본법’과의 연계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사회적경제기본법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날도 국회에선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가 열렸지만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은 후순위로 밀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영상축사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몇 년간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등 이념과 포퓰리즘에 기반한 잘못된 정책이 추진돼왔다”며 “올바른 정책 수립과 함께 이를 올바르게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종범 PERI 원장은 “저출산 대책이 실패한 것은 예산을 무조건 늘리면서 정책에 대한 사후 평가는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정책 내용이 중복되거나 누락되는 데 대한 사전·사후 점검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부처와 지원 부문별로 구분한 정책 매트릭스를 개발해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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