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골프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을 하나 고르라면 단연 방신실(19)이다. 평균 260야드에 이르는 초장타와 정교한 쇼트게임 능력을 두루 갖춘 ‘올 라운드 플레이어’여서다. 방신실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몇몇 숫자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근 3주 동안 5개 기업과 후원계약을 맺었고, 10개가 넘는 방신실 응원방이 네이버에 생겼다.
이런 방신실을 21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에서 만났다. 그는 23일부터 사흘간 포천힐스CC(파72·6630야드)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회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총상금 8억원·우승상금 1억4400만원) 출전에 앞서 이날 연습 라운드를 뛰었다. 그는 “그동안 산악지형 코스에서 좋은 성적을 낸 만큼 이번 대회도 자신 있다”며 “1차 목표는 ‘톱10’이지만, 우승 기회가 찾아온다면 놓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방신실의 첫 번째 인기 비결은 큰 키(173㎝)를 이용한 호쾌한 장타다. KLPGA투어 전체 1위(평균 260.64야드)다. 남자 프로골퍼만 할 수 있다는 ‘300야드’ 티샷도 종종 친다. 지난달 KLPGA챔피언십 최종라운드 13번홀에선 티샷으로 320야드를 날려 모두를 놀라게 했다. 방신실은 “(공이 날아간 뒤 처음 떨어지는) ‘캐리 거리’만 따지면 평균 260야드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인기 비결은 악착같은 근성이다. 방신실은 3년 전 갑상샘 항진증 진단을 받았다. 이로 인해 몸무게가 10㎏이나 빠졌다. 컨디션이 저하되다 보니 여러 동기들이 받은 KLPGA 풀시드를 지난해 놓쳤다. ‘국가대표 에이스’였던 그에겐 큰 시련이었다.
하지만 그는 역경에 휘둘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걸 단련의 계기로 삼았다. 비거리를 더 늘리고 쇼트게임을 더 가다듬었다. 그렇게 지난달 E1 채리티 오픈을 거머쥐며 조건부 시드를 반납하고 풀시드를 따냈다. 방신실은 “경기가 잘 안 풀려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근성 있는 모습을 팬들이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며 웃었다.
방신실은 갑작스러운 우승에 그동안 얼떨떨했는데, 이제야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얼마 전 제가 처음으로 부모님께 밥을 샀습니다. 한우 살치살로요. 부모님이 ‘우리 신실이, 성공했네’라며 엄청나게 좋아하셨어요. 그런 행복감은 처음 느꼈습니다. 그때 실감했죠. ‘아, 꿈이 아니구나’라고요.”
그의 무기는 장타뿐만이 아니다. 그린적중률 1위(77.78%), 평균타수 2위(70.47타)가 말해주듯 아이언 샷과 쇼트게임, 퍼팅도 잘한다. 전문가들은 방신실이 구사하는 ‘밤&가우지’(bomb&gouge·드라이버로 최대한 멀리 보낸 다음 짧게 남은 세컨드샷을 웨지로 그린에 올리는 것) 전략이 그의 골프 스타일과 잘 맞는 것으로 평가한다. 방신실도 “그린적중률이 높은 이유는 아무래도 티샷을 멀리 치다 보니 (공이 러프에 떨어져도) 세컨드 샷에선 비교적 짧은 아이언을 잡는다”며 “그 덕분에 그린에서 공을 쉽게 세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방신실이 포천힐스CC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회조직위원회가 선수들의 공격적인 플레이를 유도하기 위해 최종라운드 8번홀(파4)과 18번홀(파5)에서 티잉 에어리어를 앞당기기로 한 것도 그에겐 희소식이다. 최종라운드에서 8번홀(296야드)과 18번홀(536야드)은 각각 243야드와 487야드로 조정된다. 8번홀은 방신실이 3번 우드로도 그린에 올릴 수 있는 거리다. “(8번홀은) 충분히 원 온을 노려볼 만할 것 같다”며 “그린 주변에 어려운 장애물만 없다면 바로 그린을 보고 치겠다”고 했다.
한 가지 약점은 방신실이 포천힐스CC에서의 라운드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포천힐스CC는 페어웨이와 그린의 언듈레이션이 심하다고 들었다”며 “연습라운드를 통해 잘 살핀 뒤 코스에 맞는 공략법을 세울 것”이라고 했다.
포천힐스CC=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