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초고난이도 문제인 '킬러 문항'을 직접 겨냥해 "약자인 우리 아이들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친야(親野) 성향의 주부들이 몰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말이다.
그간 윤 대통령이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 정부·여권 인사를 겨냥해선 일관적으로 날 선 반응을 보인 이들 사이에서도 사교육에 대해서는 엇갈린 입장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너무 과해" vs "더 심해질 수도"
…야권 지지자들 '갑론을박'
20일 친야 성향의 주부 회원들이 주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당정의 '수능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을 놓고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야권 지지자들 '갑론을박'
"솔직히 사교육 너무 과한 건 사실"이라는 제목의 글을 쓴 A씨는 "학원가는 너무 싫어하겠다. 학교 내신 봐주는 소규모 학원은 크게 타격이 없겠지만 말이다"라면서 "초등학생부터 영어가 월 50만원 이랬다. 수학에 예체능까지 하면 끝이 없고 주변 엄마들도 학원이나 그 학원 레벨 등에 매달리는 엄마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장 바꾸라는 것은 혼란이 된다는 점도 동감하지만, 차근차근 교과서랑 학교 수업만 잘 따라가도 되게끔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해당 글에는 50개가 넘는 댓글이 이어졌다. 일부 회원들은 A씨를 반박했다. 이들은 "사교육은 인간의 기본적 욕망이다. 안 없어진다", "수능 변별력이 없으니 내신 관리가 더 힘들어진다", "사교육이 더 심해질 우려가 있다" 등 반응을 댓글로 달았다.
하지만 상당 수 회원들은 글쓴이의 글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들은 "공교육이 이전만큼 기능하면 된다", "과한 사교육은 분명 문제가 있다", "사교육 안 없어진다고 뒷짐 지고 있을 일인가. 문제 쉬워지면 분명 사교육 줄이고 학교 교육만으로 대학 잘 가는 성실한 애들이 많아질 것" 등 의견을 내놨다.
또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가는 애들 통계 보면 비싼 사교육 펑펑 받을 수 있는 계층 아니냐. 무조건 반대만 할 건 아니다", "학교 선생님 놔두고 뭐 하러 사교육에 헛돈을 쓰냐", "윤 대통령이 정책을 잘했다는 게 아니라 큰 틀에서 사교육비 너무 많이 들고 과열됐다는 거에 공감하는 건데, 반박하시는 분들은 대치동 원정 다니고 할 수 있는 사교육은 다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시는 거냐"며 A씨 글에 반박하는 이들을 비판하는 이들도 등장했다.
해당 커뮤니티는 친야 성향 지지자들이 몰린 곳으로 연일 윤 대통령과 한 장관 등 당정 인사들에 대한 비판을 내놓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교육비 등 물가에 민감한 주부들이 핵심 축인만큼 이번만큼은 야당과 대치되는 의견을 가진 이들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의 '쉬운 수능'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수능이 대혼란에 빠졌다"라며 "대통령이 수험생과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학원비 '고공행진'에 엇갈린 주부들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전국의 각종 학원비 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1분기 전국 학원비 소비자물가 지수(2020년 100 기준)는 초등학생 학원비가 104.98, 중학생 학원비는 105.12, 고등학생 학원비는 104.52 등으로 모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또한 음악학원 110.45, 미술학원 110.61, 운동학원 111.20, 전산학원 106.88, 외국어학원 107.33 등 지표도 마찬가지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당 월평균 46만1000원가량의 적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47.2% 증가한 가운데, 교육비 지출을 30% 넘게 늘린 것으로도 나타났다. 전체 가구 평균 교육비 상승률은 같은 기간 3.8%였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 살림'을 사는 서민 가구의 교육비 지출이 평균보다 훨씬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약 26조원으로 전년 대비 약 11% 증가했다. 전체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원, 참여학생은 52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약 12%, 8% 증가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