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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의 '휴먼 혁명'…뉴럴링크, 뇌에 칩 심는 임상 돌입 [더 머니이스트-이해진의 글로벌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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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조스의 우주산업 경쟁이 BCI(Brain-Computer Interface,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분야로 확장되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머스크가 투자한 뉴럴링크사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BCI 장치 이식에 관한 임상 허가를 승인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 과거 한차례 안전성 문제로 반려됐던 임상이 허가되면서 공상과학으로만 생각됐던 BCI 연구 개발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입니다.

뇌에 이식된 BCI 장치의 신호가 뇌와 연결된 신경과 몸을 자극해 특정 동작으로 연결되는 겁니다. 즉, 생각만으로 핸드폰의 앱(응용프로그램)을 연결해 전화를 걸거나 문서를 작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뉴럴링크의 기기인 'N1 임플란트'는 64개의 실을 따라 1024개의 전극이 신경 활동을 기록하게 되는데, 사람이 이 얇은 실가닥들을 이식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곳에 정확하게 심도록 특수하게 제작된 수술 로봇이 필요한 겁니다. 이러한 뇌 수술이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임상이 늦어지게 된 것이죠. 물론 이 임플란트된 장치는 무선 충전으로 작동됩니다.

아직 구체적인 임상 계획이 발표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선천적인 시각장애인의 시각피질을 자극해 시각을 회복시키거나, 생각을 전기적 운동으로 바꿔 사지마비 장애인의 이동에 도움을 주겠다는 게 뉴럴링크의 목표입니다. 뉴럴링크는 홈페이지에 임상 지원자 모집 공고를 냈습니다. 자격 요건은 18세 이상 미국 거주인으로 사지마비나 시각, 청각, 언어 장애인입니다.

BCI 분야에서 가장 앞선 벤처기업은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가 아닌 2012년 제프 베조스와 빌 게이츠가 설립한 호주 스타트업 '싱크론' 입니다. BCI에선 제프 베조스가 한발 앞섰다고 봐야 하는데요, 싱크론은 뉴럴링크의 뇌 수술적 이식 방법이 아닌 영구적인 스텐트 이식과 같은 스탠트로드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뇌를 열거나 드릴링하지 않고 약 2시간 정도 소요되는 최소한의 외과적 절개수술로 경정맥을 통해 이식이 이뤄집니다.

2020년 8월 FDA는 싱크론의 스탠트로드 시스템을 혁신치료기기로 지정했으며, 2021년에는 의료기기 임상시험계획(IDE) 신청을 승인했습니다. 지난해 7월 싱크론은 사지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그간 상상뿐이었던 BCI 임상시험을 시작했는데요, 미국 첫 BCI 임상시험입니다. 현재 3명의 환자에게 혈관으로 스탠트로드 시스템을 이식해 안전성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앞서 싱크론이 호주에서 1년간 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에서는 주요 평가지표인 BCI 시스템 이식에 의한 불구나 사망에 이르는 부작용이 없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시스템 이식 환자 중 한명인 O'Keefe(루게릭병, 62세)씨는 그의 생각을 텍스트로 옮겨 트위터에 "이제 나는 내가 클릭하고자 하는 컴퓨터의 화면을 생각해 이메일, 은행업무, 쇼핑을 할 수 있고, 또 트위터로 세상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밝혀 신선한 충격을 습니다.


제약·바이오는 규제 산업입니다. 아무리 선진 의료기기라 할지라도 FDA 제도가 세밀하게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실제 환자에게 적용하는 임상이 진행될 수 없습니다. FDA는 한때 공상으로 취급됐던 BCI를 지원하기 위해 2019년 새로운 초안 지침을 발표해 이 분야의 기술 발전에 대한 첫 규제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2021년 5월엔 정리된 최종 문서를 발간했습니다. FDA 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15명이 연구그룹을 꾸려 장애를 가진 환자들의 이동성과 독립성을 개선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를 개발하고, BCI 장치 관련 비임상 테스트와 임상 디자인에 대한 기술적 조언과 위험감소 방법에 대해 연구한 결과물입니다. 규제가 산업의 발목을 잡지 않고 오히려 앞서서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배울 점이 많습니다.

BCI는 인공지능(AI)과 더불어 의료산업의 지형을 바꿀 대표적인 미래 성장 기술입니다. 뉴럴링크 전 경영진이 2021년 창업한 또 다른 BCI 스타트업 '프리시전'은 어려운 금융 환경 속에서도 올 1월 4100만달러(한화 약 526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습니다. 1밀리미터(mm) 정도를 절개해 시스템을 삽입하기 때문에 쉽게 제거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웠습니다. 또 일단 이식되면 뇌 속 신호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뇌 특정 부위를 자극해 간질이나 발작 같은 신경학적 조건을 조절할 수도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습니다.

뉴럴링크의 임상 진입 소식은 BCI 산업의 본격적인 성장을 의미합니다. 바이오와 전기·전자 기술이 융합된 BCI는 우리 기업들이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향후 벤처들이 원활하게 임상 단계에 진입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 규제기관도 BCI 관련 비임상 테스트 및 임상 제도를 선제적으로 정비하여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해진 임플바이오리서치 대표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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