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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훈 칼럼] 정년 연장 시대, 50대 직장인을 향한 경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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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간 기업 조직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50대 직장인의 비약적인 증가세다. 인구 분포상으로 가장 많은 연령대이기도 하지만 지난 2016년부터 정년이 만 55세에서 60세로 늘어난 여파다. 어느 대기업 인사팀에 시기별·연령별·직군별 변화를 물어봤더니 생각보다 놀라운 수치가 나왔다. 2013년 대비 현재 50대 생산직 비중은 15%에서 25%로, 사무직은 3.5%에서 15%로 각각 늘었다.

사무직 비율이 유달리 치솟은 이유가 있다. 55세 정년 시대와 달리 중도 퇴사가 확연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더 늦기 전에 창업한다는 이유로, 아니면 후배 임원이나 부서장 밑에서 일하기 껄끄럽다며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50대 후반의 5년은 장년층에 대단히 중요한 시간이다. 대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결혼한 터라 자녀들이 학업을 수행 중이거나 혼사를 앞두고 있다. 은행 정도를 제외하고는 희망퇴직의 금전적 보상이 큰 것도 아니다.

기업 내 50대 비중은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저출산·고령화 구조에서 언제나 50대는 40대보다, 40대는 30대보다 많다. 10년 뒤, 20년 뒤에도 그렇다. 반면 인구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년 연장은 시간 문제다. 더욱이 한국은 사실상 정리해고가 불가능한 노동·고용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저성과자라는 이유로 사직을 권유하기도 어렵다.

50대는 이제 기업 인사정책의 상수(常數)로 부상하고 있다. 예전처럼 보조적 업무 배정이나 비핵심 분야 배치로는 조직 전체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없다. 신입사원 교육에 들이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떠올려보면 방치하기 아까운 인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기업들의 인사틀로는 50대 사무직을 제대로 포용할 수 없다. 직무 개발도, 동기 부여도 약하다. 기업과 직원 모두 준비가 부족하고 관련 비용 부담이 크다. 임원 승진 연령을 늦출 수도 없다. 와해적 혁신이 일어나는 시대에 글로벌 감각과 신기술 이해도를 갖춘 핵심 인재를 확보하고 경영 자원 풀을 넓히는 일은 기업 생존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50세쯤에 초급 임원을 선발하는 구조가 아니면 60세 최고경영자(CEO)를 만들 수 없다.

관건은 50대가 갖고 있는 장점을 끄집어낼 수 있는 전략적 직무를 개발·확대하고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새로운 방식의 동기 부여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임원 인사에서 탈락했다고 무능한 것은 아니다. 언제 어디서든 묵묵히 업무를 찾아서 하는 이들도 많다. 50대의 상대적 경쟁력은 오랜 경험을 통해 축적한 지식과 노하우, 네트워크 등을 아우르는 암묵지(暗默知)다. 눈에 보이지 않고 매뉴얼로 만들기 어렵지만, 회사라는 유기체를 움직여나가는 데 필요한 순환계의 혈맥 같은 것이다. 후배 직원 교육, 고객 상담, 내부 인사와 감사, 경영 관리 등에서 활용도가 높다. 금융·서비스·영업직에서도 그럴 것이다. 발상을 바꿔 기업 고령화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일도 아니다. 고객들의 연령도 함께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국 중위연령도 어느덧 40대 중반이다. 총성 없는 전쟁 시대, 노장들을 향한 경례가 필요하다. 성과와 전문성을 중심으로 평가하되 기여도가 높은 사람에겐 차별적 보상이 가능하도록 인사제도의 유연성을 키워야 한다. 임원 승진과 별개로 가는 트랙도 필요하다.

50대 스스로도 회사가 요구하는 역량 개발과 성과 창출을 위해 부단하게 노력해야 한다. 회사 미래와 재무적 부담, 개인 역할에 대한 상호 공감 없이는 인사제도를 개편할 수 없다. 젊은 직원들의 상대적 강점과 자신의 부족한 점을 냉철하게 비교하고 보완해나가야 한다. 데이터 정보 추출이나 인공지능(AI)의 업무 활용, 문서와 발표 자료를 빠르게 정리하는 데 필요한 디지털 역량은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우리는 미국 기업처럼 인위적 세대교체나 물갈이를 할 수 없는 나라다. 직무급제 도입도 요원하다. 고용시장이 작아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기업 간 정보 교류까지 폐쇄적이어서 동종업계 비교를 통한 표준적 직무값이 형성돼 있지 않다. 제도와 시장을 단기간에 바꿀 수 없다면 기업과 구성원들이 다가오는 정년연장 시대에 선도적으로 적응해나갈 수밖에 없다. 조직 인력의 20%를 제쳐놓고 총력전을 펼칠 수 있는 길은 없다. 정부와 국회도 이들의 자생적 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노동·고용·노사 관련 제도의 선진화를 서둘러야 한다.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향후 정년 63세, 65세 시대엔 경제나 산업계 모두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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