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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의 호수' 오데트 공주가 환경 운동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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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려 백조로 변한 공주 오데트는 환경운동가로, 그와 사랑에 빠진 왕자 지그프리트는 시추 장비 개발회사의 후계자로 변신했다. 고전 발레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백조의 호수’가 프랑스 출신의 현대무용 거장 앙줄랭 프렐조카주(66·사진)의 손을 거쳐 새 옷을 입고 다시 태어났다.
‘백조의 호수’ 파격적 재해석
프렐조카주는 19일 ‘백조의 호수’ 내한 공연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원작에서 젊은 여성이 백조로 변하는 설정이나 왕자와 사랑에 빠지는 등의 뼈대는 살렸지만 구체적인 이야기는 현대 산업과 환경 등 지금의 사회 문제들과 연결시켰다”고 설명했다. 그가 한국에서 무대를 올리는 건 2019년 ‘프레스코화’ 이후 4년 만이다.

프렐조카주는 1984년 데뷔 후 약 40년 동안 현대무용계의 중심에서 활약하고 있는 안무가다. 파리 외곽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유도를 배우다가 우연히 접한 러시아 발레리노 루돌프 누레예프의 사진에 빠져 발레를 배웠다. 그가 ‘현실판 빌리 엘리어트’로 불리는 이유다. 무용계 최고 권위의 ‘브누아 드 라 당스’를 비롯해 수많은 안무상을 받았고, 1998년엔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도 받았다.

그가 이번 공연을 통해 재해석한 ‘백조의 호수’ 원작은 차이콥스키가 음악을 만들고 마리우스 프티파 등이 안무를 한 고전 발레다. 마법사 로트바르트의 저주에 걸려 낮에는 백조의 모습으로 있어야 하는 오데트 공주와 지그프리트 왕자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로트바르트는 자신의 딸 오딜(블랙 스완)을 시켜 왕자를 유혹한다. 상심한 오데트는 자살하려고 하지만, 지그프리트가 이를 말리며 같이 호수에 몸을 던지는 순간 사랑의 힘으로 저주가 풀리는 동화 같은 이야기다.

프렐조카주는 원작을 파격적으로 재해석했다. 부동산업자로 바뀐 로트바르트가 본인의 사업에 방해가 될 것으로 보이는 환경운동가 오데트를 백조로 만들어 버린다. 시추기 회사의 상속자 지그프리트는 아버지가 호숫가에 공장을 세울 것이란 계획을 알게 되자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에 아버지에게 맞선다. 원작엔 없던 지그프리트의 아버지가 새롭게 등장하고, 오데트와 함께 마법에 걸린 시녀들로 묘사됐던 백조들은 야생 물새로 설정을 바꿨다.

프렐조카주는 “한 명의 아버지로서 앞으로 내 딸들이 살아갈 세상에 어떤 걸 물려줄지를 고민한다”며 “최근 50년 동안 800종의 동물이 사라진 것에 심각함을 느껴 (작품에) 환경 파괴 문제를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기념비적인 작품에 도전하는 건 두려운 일인 동시에 나 자신을 깨어 있게 만드는 힘이 되기도 한다”며 “고전에 현대적 맥락을 덧붙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로 가져오는 건 내 영감의 주요 원천”이라고 덧붙였다.

“2막 마지막 백조 군무가 명장면”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 가운데 하나는 팔을 이용해 살아 있는 백조를 표현한 안무다. 프렐조카주는 “팔을 이용해 새가 날아가기 전 땅에서 쉬거나 일어나는 모습 등을 표현했다”며 “2막 마지막 장면에서 둥근 대형으로 선 백조들이 빚어내는 움직임이 이 작품의 최고 볼거리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음악은 원작에 쓰인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대부분 그대로 사용하되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서곡, 교향곡 등에서 일부 새롭게 가져왔다. 여기에 빠른 비트의 현대음악도 추가했다.

프렐조카주는 철학자 스피노자의 문장 하나가 안무가로서 정체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스피노자는 ‘영혼을 만드는 것은 육체’라고 말했습니다. 영혼이 담긴 생각은 결국 육체를 통해 분출되니까요. 안무가로서 이 문장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공연은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오는 22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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