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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모든 문장이 나뭇잎처럼"…홀로 떠나기 좋은 경기도 여행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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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홀로 여행을 꿈꾼다. 사색과 묵상만으로 일상의 번잡함을 날려버릴 수 있기를 기대하며…. 하지만 계획 잡기가 쉽지 않다. 한나절 여행이 절실하다. 이럴 때 좋은 여행지가 경기도다. 서울을 조금만 벗어나면 조용히 걷고, 쉬고,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 즐비하다.
서종명 안데르센 공원 묘원
이스라엘에 통곡의 벽이 있다면 한국에는 ‘성경의 벽’이 있다. 지난 4월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통곡의 벽에 비견할 만한 건축물이 들어섰다. 이름은 성경의 벽(K-BIBLE). 길이 83m, 최고 높이 7.7m 규모로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성격의 벽은 범선의 우아한 뱃머리를 닮았다. 구약과 신약의 경계 부분이 니은(ㄴ) 모양으로 꺾이도록 디자인했다. 시작 부분은 대형 두루마리 형태로 구현했다. 영어, 불어, 독어, 중국어, 일본어, 아랍어 등 6개 외국어로 성경의 주요 부분을 들을 수 있게 오디오 설비도 갖췄다.

벽면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감흥은 한층 커진다. 정방형 스테인리스 스틸 패널 6770장에 각인한 구약과 신약 성서 66권의 모든 문장이 나뭇잎처럼 팔랑거리며 반짝인다. 종교가 있든 없든, 벽 앞에 서는 누구든 신의 은총을 오롯이 느낄 것이다.

148만 9210자. 성경의 벽에 쓴 글자를 다 헤아리면 그만큼이다. 훈민정음체로 음각한 곧고 정직한 글자를 하나하나 읽어 나가니, 마음속 사사로운 상념은 어느새 눈 녹듯 사라진다. 마음 가는 문장 옆에 머물며 시간을 보내거나, 창세기 1장 1절부터 요한계시록 22장 21절에 이르는 글줄을 느긋하게 훑어 내리며 걸음을 떼어 보는 것도 좋다.

성경의 벽이 올라선 안데르센 공원묘원은 한국 최초로 조성한 어린이 자연 장지다. 세계 소아암의 날을 기려 2019년 2월 15일 개장했다. 소아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린이를 수목장으로 추모할 수 있도록 장지를 무상 제공하고 있다고 하니, 그 뜻이 깊다.

2020년 10월에는 ‘정인이 사건’의 고 정인 양을 안치해 지금까지도 수많은 추모객이 방문하고 있다. 자연의 품에서 생과 사의 맞닿음을, 구원과 희망의 정경을 바라보는 시간. 한여름 햇살이 목덜미에 내려앉을 때, 따스한 평화와 안식이 우리를 슬픔에서 건져 올린다.
자연에서 배움을 찾는 봉인사 템플스테이

사찰 템플스테이는 성찰의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이다. 광릉 숲에 자리한 봉인사는 국립수목원과 함께 힐링 명상을 진행한다.

광릉 숲은 550년간 훼손되지 않고 잘 보전되어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온대 활엽수 성숙림이다. 전나무 숲은 약 200m 구간으로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길 중 하나다. 피톤치드 가득한 숲에서 고요함을 즐기며 참된 자신을 찾는 명상의 시간은 20년 경력의 지도 선생님이 운영하고 있다.

몸 건강을 위한 디톡스 요법인 참장공 차크라 요가도 경험할 수 있다. 근육을 풀어주고 열을 발생해 땀이 배어 나와 독소를 배출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끈적끈적한 땀이 바로 몸속 깊이 스며있던 탁한 기운이 배출되는 과정으로 이 수련은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건강 지킴이 프로그램이다.
잣향기푸른숲에서 발견하는 자연 생태계

잣나무를 테마로 수목원을 조성한 잣향기푸른숲은 축령산과 서리산 자락 해발 450~600m에 자리 잡고 있다. 수령(樹齡) 80년 이상의 잣나무림으로 이루어져 피톤치드 가득한 숲을 체험하는데 제격이다.

특산품 잣이 유명한 가평의 지역적 환경 덕분에 잣나무 숲이 잘 보존되어 단순한 생산지를 넘어 숲 체험을 통해 산림 치유의 중요성을 알아가는 여가 문화 및 휴양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주요시설로는 잣 특성화 전시관, 목공방, 힐링센터, 치유숲길, 명상 공간, 물치유장, 풍욕장, 산책로 등 숲을 통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자연의 소중함과 함께 일상에서 휴식을 선사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입구에서 사방댐까지 잣향기푸른숲 전체를 산책하듯 여유롭게 둘러보는데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완만한 오르막과 평지를 번갈아 가며 오솔길을 따라 잣나무 숲을 걸으면 상쾌함으로 정신까지 맑아진다.

잣나무 숲 가운데 고즈넉한 한옥으로 지어진 힐링센터는 건강상담과 체조, 그리고 명상으로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데 도움을 준다. 1970년대까지 축령산 인근에서 실제 살았던 화전민들의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는 너와집, 귀틀집, 숯가마 등이 재현되어 이색적인 재미가 있다.

체험프로그램으로 목재를 만지며 감촉을 느껴보는 목공체험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 나들이객에게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숲 해설가에게 듣는 숲 체험은 생태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숲 해설을 포함한 각종 체험 프로그램 참여는 방문자 센터에서 안내받거나 경기 농정 누리집에서 사전 예약하면 이용에 편리하다.
‘로슈아커피’에서 만끽하는 디저트의 매력

향긋한 커피와 달콤한 조각 케이크가 생각나는 오후가 있다. 그럴 때면 조용한 카페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갖는 재충전 시간이 간절해진다. 양주 로슈아커피는 그런 상황에 딱 맞는 곳이다.

2층 구조로 시야가 탁 트여, 주변 풍경이 마음의 여유를 찾게 해 주는 곳이다. 시그니처 디저트인 로수수, 애리조나 체크인이 인기다. 이곳 2층은 전면 통유리로 벽면을 이루고 있는데 창가를 바라볼 수 있도록 의자와 테이블이 설치되어 담소를 나누며 풍경을 감상하기 좋다. 멀리 주변 산세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와 여유로운 시골 풍경이 휴식처럼 다가온다.

풍경과 함께 즐기는 디저트는 옥수수 모양으로 시선을 끄는 ‘로수수’다. 밭에서 갓 따온 듯한 탱글탱글한 옥수수의 느낌과 내부의 부드러운 크림치즈가 조화롭다. 달콤하고 쫀득거리는 치즈로 속을 채우고 옥수수 알갱이까지 촘촘히 박혀있어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느낌이 재미있다.

특히 한입 크기로 자른 로수수 조각을 같이 나온 로투스 쿠키 가루에 묻혀 먹으면 부드럽고 달콤한 맛과 바삭거림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또 다른 인기 메뉴 ‘애리조나 체크인’은 고급 상하 목장 아이스크림과 제주말차로 만든 디저트로 삼지창 선인장 모습이 먹기 전부터 흥미를 유발한다.
느림이 허락되는 굼벵책방

굼벵책방은 자신에게 선물이 될 ‘인생 그림책’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림책 판매, 그림책 관련 전시, 그림책 관련 강좌와 모임 등을 진행하며 자연 속에 위치한 고요한 책방에서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향긋한 커피와 함께 여유를 즐기며 정신적, 신체적 휴식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느림’을 주제로 한 그림책들을 소장하고 있다. 달팽이, 거북이, 나무늘보처럼 느림보들이 주인공인 그림책을 테마로 비치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건물은 유리 벽면이다. 한적한 시골 풍경을 감상하며 독서 삼매경에 빠질 수 있도록 했다. 6월이 되면 초록으로 짙어진 야산의 자연 풍경과 넓은 잔디밭이 청량감을 주고 푹신한 소파에 앉아 책장을 넘기면 오감을 자극하여 힐링이 된다.

그림책으로 책방을 가득 메워 예술과 문학이 만나는 문화의 공간으로 꾸며져 있어 가족, 연인, 친구들의 모임 공간으로 활용해도 좋은 곳이다. 굼벵책방에서는 매달 그림책 관련 전시를 진행하는데 현재 6월에는 기쿠치 치키 작가의 <달린다 달려>, 7월에는 <시간의 노래 얀투롭> 전시를 진행한다.
오감만족 농촌 체험여행

교동 장독대마을은 한탄강 댐 건설로 인해 수몰 지역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체험사업을 추진했다고 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농촌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 어른들은 향수를 느끼고, 아이들은 동심을 지킬 수 있도록 했다.

오디, 쌈 채소, 감자, 옥수수, 고구마, 땅콩 등을 수확하고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 프로그램이 여름철에 인기가 많다. 또한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서 예쁘고 다양한 떡과 고추장을 만들어 먹는 식문화 체험, 계곡 물놀이, 제기차기, 비석치기, 다트 게임, 투호 놀이, 볼링 게임, 림보 등 계절별 놀이 체험도 있다.

생활문화와 자연 생태체험으로 인근의 한탄강 둘레길, 비둘기낭폭포, 하늘다리, 산정호수, 아트밸리, 지장계곡, 허브 아일랜드를 둘러보기가 있어 재미를 더하고 있다. 우리 전통 음식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주방 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황토펜션 숙박시설도 있어 가족 여행지로 활용되고 있다.

교동 장독대마을 체험 행사는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경험할 기회를 주고, 참여자들이 서로 협력하며 농산물 수확과 전통음식을 만들어 함께 사는 이웃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학교와 연계한 체험교육은 잠시 학업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전통문화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여 학창 시절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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