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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에 집착하는 금광업체들, 인수 경쟁 심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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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세계 금광업체들이 구리 광산 인수 경쟁에 나섰다. 전기차 및 재생 에너지가 확대되자 구리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새로울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인수합병(M&A) 시장이 과열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캐나다 광산업체 배릭 골드는 최근 광산업체 퍼스트 퀀텀 미네랄스에 인수를 제안했다. 인수 가액으론 170억달러를 제시했다. 하지만 퍼스트 퀀텀이 이를 거절하며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배릭 골드가 퍼스트 퀀텀에 눈독을 들인 이유는 구리 때문이다. 배릭 골드의 금 채굴량이 점차 감소하면서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배릭골드의 금 생산량은 20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 생산량이 급감하자 구리광산을 대량 확보한 퍼스트 퀀텀을 인수해 모멘텀을 마련하려 한 것이다. 퍼스트퀀텀의 매출 중 80%가 구리 광산에서 나온다.

이전에도 배릭 골드는 새로운 구리 광산을 확보하는 데 총력전을 펼쳐왔다. 최근 70억달러를 파키스탄 광산에 투자해 40년간의 운영권을 취득했고, 2019년에는 콩고민주공화국, 코트디부아르 등에서 광산을 운영하는 랜드 골드를 합병하기도 했다. 정치적 불안정성 때문에 기존 업체들이 섣불리 투자하지 않는 지역들이다. 당시 랜드 골드를 성장시킨 CEO가 마크 브리스토다.

경쟁사인 미국의 뉴몬트는 지난달 14일 호주의 금광업체 뉴크레스트를 192억달러에 인수했다. 금광 업계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란 평가다. 이로써 뉴몬트는 세계 구리 시장의 30%가량을 차지하게 됐다. 경쟁사의 약진에 초조해진 배릭 골드가 M&A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다.

마크 브리스토 배릭 골드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여러 차례 구리 광산 확보를 강조한 바 있다. 최근 경기 침체로 인해 각국 중앙은행의 금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지만, 여전히 구리만큼 성장성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도 브리스토 CEO는 "금광업체들은 구리를 사업 포트폴리오에 추가해야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광산업체들이 구리 광산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재생 에너지 때문이다. 풍력발전기, 전기차 등 신재생에너지와 연관된 산업에 구리 배선이 쓰이기 때문이다. 해상풍력발전소를 통해 전기 1㎿를 생산하기 위해선 구리 15t이 필요하고, 태양광과 육상풍력발전소의 경우 5t의 구리가 있어야 한다.

미국 구리개발협회(CDA)에 따르면 차 한 대 제작에 들어가는 구리 규모는 기존 휘발유·디젤 차량이 8~22kg 정도에 불과하다. 전기차는 83kg에 달한다. 전기차에 구리가 4배는 필요하다는 얘기다. 각국의 에너지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광산업계가 사업을 다각화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리 광산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군소 광산업체 가치가 과대평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M&A를 추진할 때 붙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달 다국적 광산업체 BHP그룹이 호주의 오즈 미네랄즈를 인수할 때 주가에 49%의 프리미엄을 붙였다. 당시 인수 가액은 66억달러 수준이었다. 당시 광산업계에선 구리의 미래 가치를 감안해도 과도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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