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경제부처에서 근무하는 A국장은 조만간 예정된 고위급 간부 인사에서 핵심 보직으로 영전이 유력시되고 있다. A국장은 최근 대통령실과 법무부로부터 잇단 인사 검증을 받았다. 통상 과장급 이하 간부에 대한 인사는 소관 부처에서 총괄하지만, 고위공무원단 인사는 대통령실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주도한다.
인사 검증을 맡은 대통령실과 법무부 측은 A국장에게 관가와 민간을 통틀어 친분 있는 인사를 두루 적어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신을 뒤에서 챙겨주는 최고위급 인사가 누구인지도 적어내라”고 했다. 이른바 누구 라인을 타고 있는지 밝히라는 요구였다. A국장은 “지금까지 끌어줬던 사람도 없고, 라인을 타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눈치였다는 것이 A국장의 설명이다.
차관급 등 고위공무원단 인사를 앞두고 공직사회에서 고위공무원에 대한 이른바 ‘뒷배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린다. 통상 ‘어공’(어쩌다 공무원·비공무원 출신)이 아닌 ‘늘공’(늘 공무원·관료 출신) 고위공무원에 대한 인사 검증은 상대적으로 다른 직급과 비교해 철저하게 이뤄진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뒷배 조사’ 강도가 심해졌다는 것이 상당수 고위공무원의 공통된 지적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고위공무원 인사 검증 업무를 맡았던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실은 폐지됐다. 대신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할 인사정보관리단이 법무부 산하에 신설됐다. 인사혁신처 출신인 박행렬 단장이 맡은 관리단 정원은 20명이다. 현직 검사와 경정급 경찰 간부 외에도 국가정보원, 감사원 소속 공무원도 배치할 수 있다. 관리단이 1차로 인사 검증을 하면 대통령공직비서관이 최종 검토하는 방식이다.
인사 검증에 대한 강도는 이전 정부와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 공무원들의 설명이다. 다만 현 정부 들어 특히 ‘뒷배 조사’가 강화됐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나온다. 일부 공무원들은 특유의 상명하복식 조직 문화가 강한 검사 출신들이 인사 검증을 맡으면서 이런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한 정부 부처 고위 관계자는 “중앙부처는 학연이나 지연을 앞세워 이른바 ‘라인’을 앞세우는 문화는 많이 사라졌다”며 “검사 출신들이 많아지면서 인사 검증 방식도 변화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인사 검증 대상에 오른 공무원들의 반응도 다양하다. 조만간 승진을 앞둔 한 국장급 간부는 “고위공무원단에 대한 철저한 인사검증은 필수”라며 “이전에도 당연히 이뤄졌어야 하는 조사”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국장급 간부는 “검증단이 ‘뒷배’ 운운하는 것 자체가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조직문화를 잘 모른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뒷배 조사’는 고위공무원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각 부처에서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파견 가는 과장급(4급) 간부들에게도 검·경 출신으로 구성된 인사 검증단이 이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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