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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가족, 나를 비추는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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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지인들과의 저녁 자리. “우리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외모를 비춰 보고 조금 더 멋진 모습으로 가꿔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외모 말고 자신의 내면을 가꾸기 위해 필요한 거울은 무엇일까?”라는 주제로 담소를 나눈 적이 있다.

우리는 모두 인생의 무대 위에서 한 개 이상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다. 한 사람의 가장으로, 직장에서의 동료로, 또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같은 사람인데 다양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여러 개의 가면을 바꿔 쓰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가면을 쓰는 것은 외면하고 싶은 내면의 일부를 감추고 싶거나, 자신에 대한 타인의 평가에 우선순위를 두는 경향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보일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고민에 빠져 밤새 잠자리에서 뒤척이기도 하고, 자신의 언행을 후회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자신을 보호하고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것일 테다.

그런데 가면을 벗지 못하고 너무 오래 쓰고 있다 보면 “내 본모습이 뭘까?”라는 의문이 들곤 한다. 때론 가면을 쓴 모습이 자신의 본 모습이라고 혼동하는 경우도 있어서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진정한 자아를 살리고 내면을 가꿔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비춰주는 거울이 필요하다. 사람마다 자신을 비춰주는 거울이 다를 수 있겠으나, 나에게 거울은 ‘가족’이다.

가족은 나의 본 모습을 가장 정직하게 비춰주는 거울과도 같고, 나의 진정한 자아를 받아들여주는 안식처이기도 하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 동안에는 가면을 벗어버린 나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내면에 존재하는 결핍과 허물, 유치함 등 나의 못난 모습을 직시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가족들이 나의 못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용인해주고 성찰의 과정을 통해 이를 개선해나갈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 아닐까. 애정과 진심이 담긴 충고를 아끼지 않을 뿐만 아니라 힘들고 지칠 때 든든한 응원군이 돼주는 존재가 가족이다. 어쩌면 내가 밖에서 가면을 쓰고 그럴듯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를 벗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각자의 거울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비춰보는 것을 피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본 모습을 직시해야 더 나은 방향으로 가거나 새로워질 기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가다듬듯, 나의 거울이 되는 가족을 통해 자신을 비춰보며 내 못난 부분을 개선해가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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