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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신고' 델리오까지 먹튀 논란…"추가 규제망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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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예치서비스 운용사 하루인베스트와 델리오가 연이어 고객 자금 출금을 중단시키면서 투자자들이 불안에 휩싸인 가운데 이번 사태가 '한국판 FTX 사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델리오의 경우 하루인베스트와 달리 지난 2022년 2월 금융당국에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수리를 완료, 이를 내세워 서비스의 안전성을 홍보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업계 전반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합리적 의심 가능했던 '코인런' 사태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 씨파이(CeFi·중앙화 금융) 업체의 '코인런' 사태는 사전에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미국에서는 전 세계적인 씨파이 업체로 꼽히던 중앙화거래소(CEX) FTX가 고객 자금 유용 및 방만 경영으로 인해 무너지면서 셀시우스, 쓰리애로우캐피탈, 블록파이 등 관련 가상자산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파산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의 자체 예치서비스 고파이가 FTX의 파산으로 협력사인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탈이 신규 대출 및 상환을 중단한 영향으로 고객들에게 원금 및 이자 지급을 중단했다. 현재까지 고파이에 묶인 고객 자금은 총 566억 원에 이른다.



이처럼 중앙화된 씨파이 서비스는 고객 자산 유용이나 뱅크런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다. 고객 자산 커스터디(수탁) 방식을 사용해 업체의 자산 운용 상황을 고객이 투명하게 파악하기도 어렵다.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하루인베스트의 출금 중단 사태와 관련 "연 스테이킹 수익률 12%를 위험 없이 제공한다는 점부터 투자자들의 의심은 시작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분증명(PoS) 코인 중에서도 코인 공급이 제한적인 이더리움에 대한 직접적인 스테이킹 수익은 고작 5.6%다. 이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코인의 경우 대부분 인플레이션을 적용하기 전 수익률일 뿐"이라며 "미래 코인 공급량 조정 후 스테이킹 수익률은 1% 미만이거나 음의 수익률이 태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12%의 스테이킹 수익은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 대출 프로토콜을 통한 몇 겹의 레버리지(folded leverage) 전략을 사용하지 않고는 쉽게 얻을 수 없는 수익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명약관화지만 투자자들이 이를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도한 차입 투자를 통한 일드 파밍(yield farming·수익률 양산)을 예상하고 투자했다면 운용사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의심 또한 추가적으로 했어야 할 합리적 의심인데 규제 당국, 개인 투자자 모두 이를 간과했다"라며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위험성을 알게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상자산사업자(VASP) 인증 심사, 규제 안전망 허술해"


특히 델리오는 지난해 2월 12일자로 금융당국에 가상자산사업자(VASP) 등록까지 완료한 업체다.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수리를 위해서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대표자 및 임원의 자격요건 등 일정 요건을 갖추고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을 통해 이를 인증받아야 한다.

델리오는 그간 공식 홈페이지 및 기업소개(IR) 자료 등을 통해 신고 업체임을 강조하며 신뢰도를 쌓아왔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델리오 측은 "국내에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수리가 완료된 기업 중 예치·렌딩 서비스를 운영하는 가상자산 전문 금융기업은 델리오가 유일하다", "가상자산사업자로서 제1금융권 수준의 정보보안시스템을 구축, 신뢰할 수 있는 가상자산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등 홍보성 문구들을 명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델리오의 고객 자산 출금 정지 사태에 대해 횡령 및 배임 혐의가 있을 것으로 보고 형사처벌을 예고했으나, 업계에서는 "사후 처벌 이전에 이같은 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규제를 마련했어야 한다"며 규제 공백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치고 있다.

이종섭 교수는 "VASP는 이상 거래와 실명 인증과 같은 정보보안 관련 내부통제시스템 기준에만 치중해 사업자를 선정한다"며 "담보 대출 및 가상자산 위탁 운용사처럼 거래소보다 레버리지 활용 비중이 클 것으로 생각되는 사업의 경우 추가적인 규제 안전망을 고려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가상자산은 고위험 자산군으로 전통 위험 자산인 성장주 펀드 운용 시에도 다양한 공시를 통해 운용사의 위험관리 투명성과 투자자 정보 보호에 힘쓰는데 주식보다도 위험한 가상자산 운용사에 대한 규제 공백은 아쉽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가상자산 사업의 특성 차이를 고려한 구체적 시행령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디파이 분야 전문가 A씨는 "자본금 요건이 충족되는 회사가 고객 자금을 수신해야 한다"라며 "기존 금융시장에서는 고객자산을 수신하거나 대출하는 기업들의 자본금 요건이 있다. 예를 들어 은행은 BIS(자기자본비율), 보험사는 RBC(지급여력비율), 증권사는 NCR(순자본비율) 등 자기 자본 건전성 지표 관리를 국가 차원에서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규제가 크립토 내에는 없다 보니 체력이 안 되는 스타트업들이 고객 자금을 수신해 사고가 터지는 것"이라며 "금융기관이 아닌 크립토 회사들을 자본시장법을 적용해 규제하지는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 건전성 지표를 블록체인 시장에 이해시키고 관리할 필요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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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림 블루밍비트 기자 flgd7142@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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