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남원시가 새로 공개한 '춘향 영정'을 두고 "춘향의 모습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다"는 등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이 그림을 그린 김현철 화백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김 화백은 16일 JTBC와 인터뷰에서 "새 영정 제작에 남원 소재 여고에서 추천받은 여고생 7명을 참고했다"면서도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영위하는 이 시대의 여성상을 그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18세기 16~18세 여성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조선 말 기녀들을 찍은 흑백 사진집과 80년대 여고 졸업앨범을 살폈다는 게 김 화백의 설명이다. 가꾸지 않은 본래 한국 여성의 모습을 그리고자 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춘향의 기품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이몽룡도 몰라보겠다"는 등 반응이 쏟아진 가운데, 김 화백은 "눈, 코, 입이 모델처럼 아주 예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얼굴 생김새보다는 표정과 자세에서 품격이 우러나오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새로 그린 춘향 그림이 춘향의 기품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며 교체 요구가 나오는 것과 관련,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상'이 있다"며 "각자 머릿속에 있는 상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그림도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는 없다. 새 춘향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분만의 필터를 가지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화백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가상 인물에 대한 초상은 변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어차피 그림은 시대상을 반영한다"며 "1대, 2대, 지금 새로 그린 3대 춘향의 그림을 보며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실존 인물을 특정해서 그린 초상이 아니라 가상 인물을 그렸기에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른 모습의 4대 춘향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남원시민사회연석회의는 지난 15일 이 그림과 관련해 "새 춘향 영정이 춘향의 덕성이나 기품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라며 "민주적 논의 절차를 거쳐 다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히 새로운 영정이 17세의 젊고 아리따운 춘향을 표현한 것이라고 하지만, 도저히 10대라고 보기 힘든 나이 든 여성(의 모습)"이라며 "많은 시민도 최초에 춘향사당에 내걸었던 (강주수 화백의) 춘향 영정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남원시와 남원문화원은 지난달 25일 제93회 춘향제 춘향제향에 앞서 춘향 영정 봉안식을 갖고 새 영정을 광한루원 춘향사당에 봉안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