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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맥주 라이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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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브로이와 제주맥주의 수제맥주 시장 주도권 다툼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곰표’ 상표권을 소유한 대한제분이 제주맥주와 손잡고 ‘곰표 밀맥주’를 석 달 만에 재출시하기로 하자 곰표 밀맥주의 원래 제조사인 세븐브로이가 “제조법을 그대로 베꼈다”며 판매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곰표 밀맥주는 세븐브로이와 대한제분이 2020년 출시해 공전의 히트를 친 상품이다.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가 맺은 곰표 상표권 사용 계약은 지난 3월 말 종료됐다. 최근 신제품 켈리를 출시한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서로 ‘맥주 시장점유율 1위’라고 주장하며 신경전을 펼치는 등 맥주업계 라이벌전이 과열되는 모양새다.
○곰표 밀맥주 3개월 만에 재출시
15일 주류·유통업계에 따르면 세븐브로이는 곰표 밀맥주 판매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지난달 말 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오는 22일 재출시 예정인 곰표 밀맥주 판매는 당분간 중지된다. 세븐브로이는 대한제분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한제분이 세븐브로이와 손잡고 2020년 6월 출시한 곰표 밀맥주는 현재까지 판매량 5800만 캔(500mL 기준)을 돌파한 스테디셀러다. 대한제분은 세븐브로이와 계약을 끝내고 경쟁사인 제주맥주와 상표권 라이선스 계약을 새로 맺었다.

곰표 상표를 사용할 수 없게 된 세븐브로이는 ‘대표 밀맥주’로 이름만 바꿔 판매 중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곰표 밀맥주 생산을 위해 300억원을 들여 공장까지 신축한 세븐브로이로선 상표권이 급작스레 제주맥주로 넘어간 데 대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표 밀맥주는 세븐브로이 전체 매출의 90% 가까이를 차지한다.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제주맥주가 새 곰표 밀맥주 제조를 위해 구입한 원료를 보면 기존 곰표 밀맥주의 특징인 복숭아 맛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세븐브로이는 작년 5월 대한제분 요구로 기존 곰표 밀맥주의 성분 분석표를 대한제분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븐브로이, ‘1위 수성’ 사활
수제맥주업계 매출 1위인 세븐브로이는 올 하반기를 목표로 상장을 추진 중이다. 이르면 이달 말 코스닥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경기 침체 우려로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실적도 악화일로여서 계획대로 상장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븐브로이의 작년 영업이익은 49억원으로, 전년(118억원)보다 60% 가까이 급감했다. 2021년 400억원을 넘어섰던 매출도 작년 326억원으로 뒷걸음질 쳤다.

‘홈술족’이 주로 찾는 수제맥주 소비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의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2021년 1520억원으로 정점을 찍고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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