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엘앤에프 등 2차전지 관련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 배터리 업체의 미국 공장 건설을 승인하면서 미·중분쟁에 따른 반사이익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주가 상승을 주도하던 2차전지 관련주가 폭락하면서 코스닥지수도 3%가까이 떨어졌다.
◆외국인·기관 쌍끌이 매도
14일 에코프로는 10.95% 내린 66만7000원에 마감했다. 에코프로비엠도 10.25% 급락했다. 엘앤에프(-9.24%), 나노신소재(-6.47%), 포스코퓨처엠(-5.09%) 등 다른 2차전지 소재주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은 각각 2.97%, 1.48% 하락했다.코스닥지수는 2.79% 내린 871.83에 거래를 마쳤다. 2차전지 업종의 시가총액 비중이 높아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지수는 0.72% 내린 2619.08에 마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업종에서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코스닥 낙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3175억원, 2289억원을 순매도했다. 엘앤에프, 에코프로 등 2차전지 관련주에 매도세가 집중됐다. 엘앤에프는 외국인과 기관이 총 118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도 각각 696억원, 480억원을 팔아치웠다.
2차전지주가 급락한 것은 국내 업체들이 독식할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 배터리 소재 시장에 중국 업체가 직접 진출했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전날 중국 배터리 소재 업체 ‘고션’의 미국 미시건주 양극재·음극재 공장 건설을 승인했다.
◆미·중분쟁 수혜 축소 우려
투자자들은 중국 업체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1억7500만달러를 수령한다는 사실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중무역분쟁으로 중국 업체들이 미국 정부의 지원이 배제돼 국내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전망이 경쟁 확대 우려로 바뀐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매도 보고서’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 12일 골드만삭스는 “양극재는 품질이 거의 비슷하고 10년간 공급 과잉이 예상된다”라며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퓨처엠에 ‘매도’ 의견을 내고 목표주가를 현 주가의 반 토막 수준으로 제시했다.
국내 기관들은 시장이 과하게 악재를 해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단기 급등에 따라 주가가 자연스럽게 내려오는 것이지 펀더멘털(기초 체력)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출 및 수혜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일부 투자자들이 중국 관련 뉴스를 매도 빌미로 삼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 업체의 미국 공장 건설은 지난 3월 이미 확정된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주가 조정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등 일부 종목은 올들어 몇 배씩 급등하며 과열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