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을 막아낸다’는 뜻을 담은 ‘방탄소년단(BTS)’은 데뷔 초 다소 우스꽝스러운 팀명으로 비웃음을 샀다. 2013년 6월 13일 싱글 앨범 <2 COOL 4 SKOOL>로 데뷔한 일곱 소년은 2015년 앨범 <화양연화>로 음악방송 첫 1위를 했고, 2017년엔 <러브 유어 셀프>앨범으로 미국 빌보드차트 핫100에 진입했다. 데뷔 10년을 맞이한 오늘, BTS는 21세기 한국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BTS 소속사 하이브 측은 매년 데뷔 일을 기념하는 축제 ‘BTS페스타’를 열었다. 그동안 미공개 안무 연습 영상, 멤버들끼리 찍은 ‘가족사진’ 등 팬들을 위한 각종 떡밥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기념했지만, 올해는 서울시와 손잡고 도시 전체를 축제장으로 조성했다.
서울시와 하이브 측은 우선 이달 12일부터 25일까지 서울 남산서울타워, 롯데월드타워, 세종문화회관, 세빛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반포·양화·영동·월드컵대교, 서울시청, 광화문 광장 등 서울 시내 주요 명소를 보랏빛으로 점등한다. 서울 삼성역, 테헤란로, 을지로입구역, 명동 옥외광고에 BTS의 영상을 띄운다.
서울로 집결한 아미(팬덤)는 BTS 흔적 찾아 나서기 바쁘다. 용산 하이브 사옥 주변은 건물 벽면에 그려진 BTS 멤버들 그라피티를 찍기 위해 모인 아미로 가득했다. 인근 가게에도 BTS 멤버 사진 등이 나온 플래카드가 걸려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유튜브 아미 계정엔 BTS 영상이 옥외광고 등에 출연하는 쇼츠 영상이 우후죽순 올라왔다. 댓글 창은 그룹과 팬들을 상징하는 보라색 하트로 넘쳤다.
서울을 방문할 여력이 없는 일부 글로벌 팬들은 각자 있는 곳에서 10주념 기념 축제에 동참했다. 공식 팬 커뮤니티 ‘위버스’엔 영어, 일본어, 포르투갈어 등 세계 각국 언어로 10주년을 축하하는 글과 팬아트(팬이 손수 그린 그림)를 1초에 10~15건꼴로 게시됐다. 한 브라질 팬(인스타그램 계정 iludidasporoppas)은 보라색 케이크를 제작해 홀로 촛불을 불었고, 멕시코 아미는 축제 규모를 키워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BTS 영상을 15초가량 실었다.
메인 행사엔 RM 등판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오는 17일 여의도한강공원에서 펼쳐진다.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은 BTS와 연관된 도심 속 관광지를 아미에 안내하는 서울방탄투어지도를 제작했다. 지도엔 멤버들이 연습생 시절 자주 찾던 학동근린공원, 자체 제작 콘텐츠인 ‘달려라 방탄’과 해외 유명토크쇼 지미팰런쇼 촬영지로 알려진 아차산, 경복궁 경희루 등 서울의 명소 13곳을 담았다.
여의도 행사 현장에 조성될 서울 홍보부스(Seoul in Purple)에선 '스탬프 투어(맵 오브 더 서울)' 이벤트가 진행되는데, 방탄지도에 표시된 13곳 중 한정판 서울 명소 카드 7장을 방문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카드를 들고 명소를 방문해 인증사진을 찍으면 BTS 굿즈 경품에 응모할 기회를 얻는다.
오후 5시엔 리더 RM이 ‘오후 5시 김남준입니다’ 코너를 통해 세계 각국에서 온 아미를 만날 예정이다. 오후 8시 30분부터는 ‘BTS 10주년 기념 불꽃쇼’가 30분 동안 하늘을 밝힌다. 방탄소년단의 인기곡 메들리에 아티스트의 내레이션까지 더해진 공연도 즐길 수 있다.
행사장으로 향하는 여의도 일대 도로는 BTS의 10년 역사를 전시한 ‘히스토리월’로 탈바꿈한다. 이에 따라 17일 오후 2시부터 여의동로 마포대교~63빌딩 앞 구간이 전면 통제되고 23개 버스노선은 주변 길로 돌아서 운행한다.
굿즈·기획전도 온통 보라색
유통업계도 BTS 테마의 상품을 내놓고 각종 온·오프라인 마케팅 행사를 벌이고 있다. 컬리는 ‘방탄소년단 기획전’을 25일까지 열어 ‘방탄소년단 레시피’로 소문난 들기름 막국수, 안심가츠 샌드, 아롱사태 전골 등의 레시피를 소개하고 조리에 필요한 재료도 판매한다.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은 BTS 데뷔 10년 기념 슬로건인 '프리젠트 에브리웨어'가 찍힌 티셔츠를 판매한다. 패션브랜드를 운영하는 이랜드그룹은 BTS가 ‘제63회 그래미어워즈’ 시상식에서 공연했을 때 입은 의상 7벌을 여의도 켄싱턴호텔 로비에 전시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도 13일부터 전국 우체국에서 BTS의 10년 추억을 담은 기념우표 150만장을 판매한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