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전부터 국내에선 '건축은 예술의 영역 밖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좋은 건축의 잣대를 '튼튼하면서도 돈이 덜 드는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 소득이 늘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안목이 높아지면서 이제 건축을 예술로 인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강원도 원주 뮤지엄산에서 열리고 있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전시가 관람객들로 붐비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가구도 마찬가지다.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 등 해외 유수 미술관들이 꾸준히 가구를 구입해 전시하는 반면 한국에선 그저 생활의 일부일 뿐이었다. 하지만 소득 증대와 함께 이 역시 바뀌고 있다. 요즘은 국내에서도 가구를 예술품으로 대하며 컬렉션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서울 신사동 갤러리나우에서 개인전 ‘Now 함도하’를 열고 있는 가구 디자이너 함도하(45)는 국내 가구 컬렉터들이 가장 주목하는 작가 중 하나로 꼽힌다. 홍익대 목조형가구과를 졸업한 그는 인테리어 회사와 가구 회사 등에서 실력 있는 가구 디자이너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다 개인 작업실을 차리면서 평소 하고 싶었던 예술 가구 작업을 시작했다. 함 작가는 “가구를 의인화하고 각 가구에 희노애락 등 여러 가지 감정을 불어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순심 갤러리나우 대표는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들은 작정하고 만든 것처럼 화려한 작품들”이라고 했다. 그 말대로 작품들은 더없이 화려해서, 사용하기 위한 가구라기보다는 예술품이자 장식품으로서의 성격이 더 강해 보인다.
가구 작품과 가구를 소재로 한 회화 작품 모두 집안의 분위기를 확 바꾸기에 충분할 정도로 발랄하고 톡톡 튄다. 전시는 오는 28일까지 열린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