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들이 슬금슬금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습니다. 매매가가 오르니 지금 팔면 손해라고 생각하는 거죠.”(서울 공덕동 A공인 대표)
지난달 이후 서울 주요 지역에서 아파트값이 수억원씩 뛴 상승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수도권 신규 단지 분양가(전용면적 84㎡ 기준)가 10억원을 훌쩍 넘는데도 ‘완판’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주택시장을 덮친 ‘금리 포비아(공포)’가 잦아든 데다 아파트값 낙폭이 과도했다는 인식이 확산한 영향이다. 움츠러들었던 거래량까지 회복하면서 시장에선 집값이 바닥을 찍고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집값 바닥론’이 힘을 받고 있다.
○강남 끌고, 청약 시장 밀고
서울 집값을 반전시킨 방아쇠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가 당겼다. 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송파구 아파트값은 이달 첫째 주(5일 기준) 0.3% 올랐다. 서울 25개 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강남구(0.2%) 서초구(0.1%)가 뒤를 이었다. 서초구는 8주 연속 상승세다.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는 올초 23억23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달 23일에는 5억원가량 뛴 28억2100만원에 손바뀜했다. 잠실엘스와 리센츠 역시 전용 84㎡가 최근 22억원에 거래됐다. 올초(19억~20억원대)보다 3억원 가까이 뛰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도 지난 4월 31억원에 거래된 후 한 달 만에 35억7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강남발(發) 아파트값 상승세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으로 퍼지고 있다. 2월 15억4500만원에 팔린 마포구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84㎡는 최근 17억9800만원에 거래됐다. 도화동 B공인 관계자는 “정부가 대출 관련 규제를 대거 풀면서 처음엔 투자 목적 문의가 많았는데 최근 실수요자 문의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의 온기는 인천 등 수도권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이번주 수도권 아파트값은 0.1% 올라 작년 1월 마지막 주 이후 70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청약 열기도 매수세 회복에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분양가 논란을 겪은 단지가 줄줄이 청약 흥행에 성공하고 있어서다. 최근 1순위 청약을 받은 경기 의왕시 인덕원퍼스비엘은 전용 84㎡ 분양가가 10억원을 웃돌았지만, 평균 경쟁률이 10 대 1을 넘어섰다.
○금리와 경기 둔화가 관건
전문가들은 지역별로 시차는 있겠지만 주택시장이 전체적으로 상승 반전 시점에 도달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소득에 상관없이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원까지 연 4%대 금리로 빌려주는 특례보금자리론을 내놓은 것도 매수세 회복에 힘을 실어줬다. 하반기 이후 집값이 급격하게 오르진 않겠지만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게 중론이다.주택시장이 완연한 회복세로 접어들려면 경기 둔화 우려와 금리 불확실성이 사라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매수세가 확산해야 가격 반등세가 이어질 수 있다”며 “금리가 여전히 부담되는 수준이고, 경기 둔화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정/심은지/이인혁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