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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화 "차정숙으로 많은 응원, 감격스러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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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영화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로 데뷔한 지 벌써 30년. 하지만 엄정화의 전성기는 현재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 4일 종영한 JTBC 주말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엄정화는 50대에 자신의 꿈을 향해 전진하는 차정숙을 연기하며 전 국민적으로 지지를 받았다.

'닥터 차정숙'의 최고 시청률은 18.5%(닐슨코리아, 유료 플랫폼 전국 기준). 방영 전 제작발표회에서 "두 자릿수만 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던 엄정화는 종영 인터뷰에서는 "이 반응이 뭘까 싶어질 정도"라며 "정말 많은 응원을 받았고, 공감되는 일을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미소 지었다.

tvN '댄스가수 유랑단'을 통해 대학 축제 무대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던 엄정화는 "그곳에서도 '차정숙'이라고 하더라"라며 "'이 애들이 내 노래를 알까' 싶었는데, '차정숙'이라고 하면서 같이 노래를 부르는 데 아주 감동적이고, 기뻤다"고 최근 직접 체감한 인기를 전했다.

지금은 노래와 연기를 병행하는 게 흔하지만,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엄정화 외에 두 분야를 동시에 활동하는 사람을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의 OST '눈동자'로 가수 활동을 시작한 엄정화는 이후 '배반의 장미', '페스티벌', '포이즌', '몰라', '다가라' 등을 발표하며 연말 가요 시상식을 휩쓸었다. 무대 위에서는 섹시 아이콘이었던 엄정화는 연기자로서는 이전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호평받았다. 영화 '오로라 공주', '댄싱퀸', '베스트셀러', KBS 2TV '아내', SBS '칼잡이 오수정', tvN 마녀의 연애' 등 수많은 인기 작품에서 엄정화는 단 한 번도 같은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닥터 차정숙'의 차정숙 역시 엄정화의 이런 행보의 연장선에 있다. 차정숙은 아이를 키우느라 의사라는 업을 포기했던 엄마, 아내, 며느리에서 자기 삶을 찾아 나서는 중년 여성의 꿈과 성장을 담았다. 엄정화에겐 의사라는 직업뿐 아니라, 대학생과 고등학생 남매를 키우며 시모를 부양한다는 설정 모두 도전이었다.

"혼자 타이틀롤을 가져가는 게 부담이 대단히 커요. '닥터 차정숙'이 공개되기 전에도 정말 너무 걱정되고,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맞나' 싶었어요. 그런데 해내고 난 후의 성취감도 크더라고요. 이번에는 함께 출연한 배우들도 다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집으로 초대해서 함께 방송 모니터도 하고요."

특히 남편이었던 서인호에 대해 "최악"이라고 하면서도 그를 연기한 김병철에 대해서는 "최고"라고 평하며 훈훈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엄정화는 "인호는 진짜 나쁜 쓰레기인데, 사랑할 수밖에 없고, 귀여울 수 있었던 건 김병철 씨라서 그랬던 것"이라며 "현장에서도 '인호가 병철 배우라 너무 행복해, 푹 빠졌어'라는 말을 자주 했다"며 웃었다.

인호뿐 아니라 차정숙도 대학 시절 동기의 남자친구와 바람을 피웠다가 아이가 생겨 결혼한 설정이라는 점, 남편도 근무하는 병원에서 동료 의사와 미묘한 '썸' 분위기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자칫 비호감으로도 비칠 수 있는 요소들이 있었다. 이 역시 "엄정화가 연기했기 덕분에 공감받을 수 있었던 게 아니냐"는 시청 평이 나왔다. 그런데도 엄정화는 "차정숙 어딘가에 존재하는 사람처럼 보이길 바랐고, 공감받을 수 있도록 많이 고민했다"며 "그런 부분들을 봐주신 거 같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차정숙과 '댄스 가수 유랑단'으로 두 분야에서 또다시 최정상임을 입증했음에도 엄정화는 지난 30년 동안 정상의 비결을 "운이 좋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도 도전은 계속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제가 이 일을 진짜 오래 하긴 했죠.(웃음) 시간이 너무 빨리 '훅' 지나가요. 예전에 앨범을 만들 때 '이게 의미가 있나', '나 좋자고 하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지금 보니 그런 시도조차 잘한 일이더라고요. 의미가 없는 건 하나도 없었어요. 제가 만약 뭔가를 시도하는 걸 두려워했다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 연기만 했다면 아마 이렇게 오래 하진 못했을 거 같아요. 계속 도전을 갈망했고, 운이 좋게도 지금까지 기회를 얻어 지금까지 온 게 아닌가 싶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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