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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에 필수적인 원자재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자동차 업체들이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과 대만 사이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 경우를 대비해 중국 외 지역으로 원자재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4일 폭스바겐이 지난해 설립한 자회사 파워코를 앞세워 전기차 배터리에 필수적인 광물과 소재를 중국 밖에서 확보하기 위해 캐나다와 인도네시아 등 다른 나라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폭스바겐은 궁극적으로 중국 밖에 있는 배터리 공장에서는 중국이 아닌 곳에서 확보한 소재를 자체적으로 보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토마스 슈말 폭스바겐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현재 배터리 소재의 10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평균 50%까지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유럽과 북미 지역 공장에서는 50% 밑으로 떨어뜨리겠다는 뜻이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리튬, 코발트, 니켈의 주요 공급원을 확보하고 광물을 가공·정제하는 자체 산업을 구축했다. 배터리업계는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정제된 리튬 공급량의 전 세계 생산을 중국이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언 로버트슨 전 BMW 이사는 “중국은 광산 채굴에서부터 광물 정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원자재를 통제한다”며 “중국이 세계를 압박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폭스바겐 고위 임원진은 배터리용 원자재를 확보하기 위해 캐나다 인도네시아 호주 남미 등을 찾아 정부 고위 관료와 광산업체 임원들을 만났다. 특히 나스닥시장 상장사로 브라질에서 리튬을 캐고 있는 캐나다 광물업체인 시그마리튬과 심도 있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3월엔 파워코가 캐나다 온타리오주 세인트토머스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리튬, 니켈, 코발트 매장지가 인접해 있는 장소다.
유럽에서 배터리 소재를 가공하기 위해 폭스바겐은 벨기에의 소재기술업체 유미코어와 손을 잡고 합작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합작사는 2025년 생산을 시작해 전기차 220만 대 생산에 필요한 배터리용 소재를 처리할 예정이다.
니켈 확보에서는 인도네시아가 급부상하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CRU에 따르면 전기차용 배터리에 사용되는 니켈 가운데 인도네시아가 공급하는 비중은 2017년 0~5%에서 지난해 50% 수준으로 늘어났다. 이는 2027년까지 80%를 넘어설 것으로 CRU는 보고 있다.
폭스바겐은 4월 인도네시아에 니켈 제련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로 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통해 공개된 이 계획을 포함해 폭스바겐은 인도네시아 배터리 산업에 투자할 방침이다. 슈말 CTO는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인도네시아는 피할 수 없는 니켈의 필수 파트너”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