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MATE’ 체스를 즐겨하는 독자라면 자주 들어봤던 체스 용어다. 킹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태인 동시에, 어떤 경우의 수로도 위협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외통수’ 상태를 뜻한다. 체스 게임의 승리 조건이며, 페르시아어로 “왕이 죽었다”라는 뜻의 ‘샤마트’에서 유래된 용어다.
체스, 그리고 바둑은 엄연한 스포츠다. 체스는 6세기 혹은 그 이전에 인도의 고대 장기 ‘차투랑가’를 원조로 추정된다. 고대 체스는 동양으로는 한국의 장기부터 서양으로는 스페인, 이탈리아로 전해지며 현재의 체스로 발전해왔다.
집계 방식마다 차이가 있어 정확한 체스 인구를 알기는 어렵지만, 전 세계적으로 체스를 즐기는 인구가 6억명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먼 과거에는 십자군 전쟁 이후 기사들의 7가지 교양 중 하나였다고 하니,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즐거움을 담당한 ‘역사적 유물’이라 할 수 있다.
보육원에서 체스 천재성을 발견한 소녀, 체스를 통해 세상으로 나아가다
넷플릭스 시리즈 <퀸즈갬빗>은 2020년 10월에 공개된 7부작 미니시리즈다. 체스를 소재로 한 드라마로 넷플릭스 리미티드 시리즈로서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2020년 넷플릭스 전 세계 TV 프로그램 랭킹 1위, 63개국에서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하며 세계 곳곳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시리즈 공개 이후 구글에서 ‘체스 두는 법’ 검색이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에피소드가 전해지기도 한다.
1950년대 말, 베스 하먼(안야 테일러조이)는 생모가 죽은 후 켄터키의 한 고아원에 맡겨진다. 우연한 기회로 베스는 체스에 대한 놀라운 재능을 발견한다. 체스에 대한 천재성과 열정으로 점점 승리에 중독되어 갔으며 약물과 술에 중독된 채, 인생의 유일한 목적이 되어버린 체스에 집착한다.
그동안 남성 프로 체스 선수들이 지배해왔던 프로 체스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의지로 말 그대로 ‘체스광’이 되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체스 게임에 몰두한다. 작품을 보는 내내 체스 게임에 빠져들면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체스 게임 승리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주인공의 인생 전체가 송두리째 흔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체스에 대한 ‘열정’과 ‘몰입’으로 결국 승리한다. ‘체스’와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역사 속 누군가가 만들어낸 ‘체스’, 체스 천재 소녀도 새로운 콘셉트의 ‘체스’를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 소재인 ‘체스’를 스타트업, 혹은 비즈니스의 관점으로 보면 어떨까? 6세기부터 추정한다고 해도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속되어 왔으며, 전 세계 6억 명의 인구가 즐기는 게임이라는 관점에서 말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쯤 즐겨봤던 보드게임 ‘부루마불’은 1982년 씨앗사에서 개발한 보드게임이다. 우주에서 바라 본 지구의 모습에서 따온 블루 마블(Blue Marble)을 발음대로 ‘부루마불’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부루마불을 출시한 씨앗사는 1980년대 여러 보드게임을 만들었지만, 현재까지 살아남은 게임은 부루마불이 유일하다. 수많은 게임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게임 콘텐츠 프로젝트로 도전하고, 시장에서 대박이 나는 IP로 막대한 성공을 거두는 것과 오버랩된다.
덕업일치, 덕후가 성공하는 세상. 이제는 내가 즐기는 게임을 만들고 출시한다. 세계 보드게임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스카이퀘스트 테크놀로지 컨설팅에 따르면 2028년에는 309억 달러(40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보드게임 시장 역시 다양한 IP와의 콜라보나 보드게임 매니아 문화의 확산 등으로 향후 몇 년 동안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와디즈와 텀블벅 등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는 새롭게 개발된 보드게임 프로젝트 성공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인 ‘위쳐’의 IP가 적용된 보드게임 프로젝트는 4억이 넘는 펀딩에 성공하며 보드게임 업계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또한, 쿠키런 킹덤 역시 캐릭터 IP를 활용한 보드게임 프로젝트를 통해 3억 8천만원이라는 큰 펀딩액을 달성했다. 보드게임의 핵심 요소 중 하나가 메인 테마가 되는 핵심 IP의 경쟁력인데,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콘텐츠나 팬덤을 갖춘 IP 기반의 프로젝트는 펀딩 성공 확률이 높다.
보드게임 펀딩에서는 글로벌 인기 IP를 활용한 게임 외에도, 다수의 펀딩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시리즈 사례나 보드게임 덕후 개발자들의 신규 프로젝트도 성공 사례가 나오고 있다. 렉시오 플러스 게임의 경우, 와디즈에서 총 5번의 차례의 펀딩을 성공했으며, 누적 6억원 이상의 펀딩을 기록했다. 기존 펀딩에 참여했던 서포터들의 입소문으로 앵콜 펀딩을 계속 이어가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
‘고스톱’으로 익숙한 화투에서도 게임 개발자들이 새롭게 기획한 프로젝트가 큰 인기를 얻었다. 만월화투는 디자인적 요소 뿐만 아니라 기존 화투패 대비 긴 길이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보드게임 매니아이자 개발자인 제작자가 개발 과정을 담아 오픈했고 누적 1억 원 펀딩을 달성했다.
게임의 진정한 재미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재미 천년 전 체스 게임을 처음 시작한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천년 전 그 누군가도 즐거운 놀이를 위해 고민했다는 것. 그리고 즐기기 위해서 함께 게임을 하는 사람(상대편)이 있어야 했다는 것을.
<퀸즈갬빗>을 시청하며 긴장감 넘치는 체스 게임을 대리 체험할 수도 있고, 부루마불이나 성공한 게임 스타트업의 사례를 생각하며 사업 아이템을 고민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게임을 하고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기저에는 ‘무엇인가에 몰입하여 승리를 쟁취하는 즐거움’을 얻기 위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게임은 나 혼자 심심하게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웃고 고민하고 즐길때 더 즐겁다. 독자분들께서도 각자 도전하고 있는 게임에서 꼭 승리하시기 바란다. 함께 하는 플레이어들과 함께.
이희용 님은 와디즈파트너스에서 투자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투자심사역으로 일하다 보니, ‘매일 쏟아지는 새로움’과 만나고 있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 시장, 사람들과 함께 미래를 상상하고 투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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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 브이로거 자세한 사항은 여기 클릭!>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퀸즈갬빗 1~4편 캡처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