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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삭제해 줄테니 1000만원"…선 넘는 변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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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OOO 씨죠? 기사 삭제를 원하면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는데요.”

구독자 100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김모씨(39)는 최근 한 로펌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제안을 받았다. 그가 유튜브 생방송 중 내뱉은 실언이 여러 건 기사화되자 ‘돈을 내면 삭제해 준다’고 한 것이다. 김씨는 “수임료가 터무니없이 비쌌고 (언론사가 아니라 로펌이 삭제해준다는 점이) 정상적이지 않은 것 같아 거절했다”고 말했다.

경쟁이 치열해진 법조계에서 ‘언론 대응 전문’을 내세운 로펌들이 나타나고 있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다툼이 일어나거나 논란이 되는 부분이 기사화되는 일이 늘어나자 이에 대응하려는 수요를 노린 것이다.

정상적인 언론 대응은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언론 특화’를 내세운 로펌과 변호사들의 영업 수법은 특이하다. 법정에서 이길 가능성이 없는 사안에 대해서도 기사 삭제만을 목적으로 법적 대응을 남발해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 특징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내용증명을 마구 발송하고,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 제소와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이들의 흔한 방식”이라며 “방식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법정에서 패배가 뻔한 사안에도 무조건 소송을 거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언중위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2년 2401건이던 조정·중재 신청 건수는 지난해 3175건으로 32.2% 증가했다. 평일 기준 하루 12.7건꼴이다. 특히 로펌을 통한 중재 신청 건수가 과거보다 급격하게 늘었다. 언중위 관계자는 “문제가 안 될 것 같은 기사도 엉뚱한 주장으로 막무가내식 제소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억지 소송을 대행해 주는 대가는 비싼 수임료다. 대개 기사 한 건에 1000만원 등의 수임료를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 일반 민형사 소송 수임료가 300만원대로 형성돼 있는데 3~4배가량 높다. 주된 타깃도 있다. 지역 언론사나 영세한 인터넷 언론사다. 특히 지역 언론사는 언중위 출석을 위해 서울까지 오가는 데 대한 부담이 크다 보니 기사에 문제가 없어도 삭제해주는 경우가 있다. 충남의 한 언론사에 근무하는 김모씨는 “정상적인 취재 기사였음에도 언중위에 제소당하자 데스크가 임의로 기사를 삭제한 적이 있다”며 “서면으로 대응할 수 없고 하루를 꼬박 걸려 서울에 있는 언중위에 출석해야 하는 현실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언론 보도의 질을 높이는 것과 별개로 소송 남발을 통한 괴롭힘은 공적 영역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승현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는 “정상적인 기사에도 소송이 걸리는 현실에서는 언론이 올바른 공적 책임을 수행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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