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여성으로서 국내 최초로 공식 경기에 출전해 논란을 빚은 나화린(37) 씨가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나 씨는 3일 오후 강원 양양군 사이클경기장에서 열린 제58회 강원도민체육대회 여자일반1부 경륜 경기에 출전해 1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출발부터 선두로 치고 나온 나 씨는 330m 트랙 3바퀴를 달리는 내내 선두를 지켰다.
나 씨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많이 긴장했는데 온 힘으로 달린 것 같아 뿌듯하고 남은 두 경기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혹시 나의 출전으로 상대 선수들이 기권하면 어떡할까 하는 걱정에 긴장해 2시간밖에 못 잤다"고 말했다.
그는 8년 전 경기에 출전했을 때보다 여성부 기량이 높아져 예상보다 힘든 경기를 펼쳤다고 한다. 나 씨는 "논란을 만들고자 출전을 결심했지만, 자전거를 타면서 운동 자체가 다시 즐거워졌고 모든 경기에 가장 높은 곳까지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나 씨는 경기를 마친 뒤 본인의 출전으로 1등 기회를 놓쳤을 수도 있는 상대 선수들을 찾아가 사과의 뜻으로 음료를 건네기도 했다. 나 씨는 "아무래도 우월한 입장에서 경기하다 보니 등수를 하나씩 뺏은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해 죄송한 마음을 담아 사과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나 씨는 180cm에 몸무게 72kg, 골격근량 32.7kg의 건장한 신체조건을 가졌다. 이미 2012년 열린 제47회 강원도민체육대회에서 사이클 남자 일반1부 1km 독주, 4km 개인추발 등 4개 부문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다.
철원에서 아스파라거스 농장을 운영하는 나 씨는 지난해 성전환 수술받았고 현재 성별은 여자다. 이번 여성부 출전에는 성별 외 제한이 없어 나 씨의 출전 자격에는 문제가 없다. 나 씨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도 2로 바뀌었다.
나 씨는 출전 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대회 출전 목적에 대해 "논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상을 받으면 대중의 공감과 인정을 받지 못하고, 결국 명예로울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남자였다가 여자인 내가 엄연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결국 나는 인생을 건 출전을 통해 차별이 아닌 구별을 얘기하고 싶었다"며 "남녀로 딱 잘라 정해진 출전 부문에 성 소수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을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