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경찰이 일면식도 없는 또래 여성을 살해한 20대 여성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줄곧 우발적인 범행이었다고 주장했던 피의자는 '살인 호기심'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부산경찰청은 1일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살인·사체유기 혐의를 받는 정유정씨(23, 사진)의 신상을 공개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범죄의 중대성과 잔인성이 인정되고, 유사범행에 대한 예방효과 등 공공이익을 위한 필요에 따라 공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2015년 부산 진구 실탄사격장 총기탈취 피의자 신상공개 이후 8년 만의 신상공개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달 27일 0시30분께 여행용 가방을 들고 피해자 A씨의 집을 나섰다. 이후 자신의 집에 잠시 들린 뒤 0시50분께 택시를 타고 낙동강 인근의 풀숲으로 향했다. 정씨의 범죄 행각은 야심한 시각에 여성 혼자 여행용 가방을 들고 인적이 드문 곳을 향하는 것을 수상히 여긴 택시 기사의 신고로 발각됐다.
경찰 진술에서 정씨는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이 정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 기법으로 조사한 결과 계획 범행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정씨가 3개월 전부터 '시체 없는 살인', '살인 사건' 등 범죄와 관련한 자료를 검색한 기록을 확인했다. 다수의 범죄 관련 서적 대출 기록도 나왔다. 경찰 진술에서 정씨는 "평소 범죄 수사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았으며, 살인에 대한 충동이 있어 행동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정씨는 과외 앱을 통해 "중학생 딸의 과외를 해달라"며 피해자 A씨에게 접근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혼자 사는 여성이라는 것을 확인했으며, 앱을 통한 유대 관계 형성은 전혀 없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정씨는 앱으로 학부모인 것처럼 가장해 A씨에게 접근한 뒤, 중고 마켓에서 교복을 사 입고 만났다. 범행은 A씨의 집에서 이뤄졌다. 정씨는 이후 A씨의 집과 마트, 자신의 집을 번갈아 오가며 시신 처리를 위한 준비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실종된 것처럼 꾸미기 위해 A씨의 휴대전화, 신분증, 지갑을 챙기는 치밀함도 보였다.
정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수년간 주변과 교류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직업을 가진 적도 없었다. 경찰은 조만간 정씨를 검찰에 기소할 방침이다.
부산=민건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