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중심 국제질서에 맞서 지역·경제 통합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30일(현지시간)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콜롬비아 등 남미 11개국이 참여한 남미정상회의가 열렸다. 남미의 주요 12개국 가운데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는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만 불참했다. 인권 탄압 문제 등으로 따돌림받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도 참석하며 외교무대에 복귀했다.
이번 회의에서 각국 정상은 보건, 기후변화, 국방, 범죄 퇴치, 인프라 및 에너지 등에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개회사에서 “어떤 나라도 당면한 위협에 홀로 맞설 수 없다”며 “함께 행동해야만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룰라 대통령은 남미국가연합(UNASUR·우나수르)을 재건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남미판 유럽연합’으로 불리는 우나수르는 2008년 룰라 2기 정부 당시 창설됐으나 유명무실한 상태다. 룰라 대통령은 지역 공통 화폐 도입을 제안하며 스페인어로 남쪽이라는 뜻의 ‘수르(SUR)’란 화폐 명칭 구상까지 내놨다.
브라질은 지난 3월엔 중국과의 무역에서 달러 대신 위안화와 헤알화를 쓰기로 하는 등 달러화 의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이웃 국가들의 갈등은 지역 통합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이날 회담장 밖으로 나와 “칠레에 5000여 명의 베네수엘라 난민이 체류하고 있다”며 “(인권 문제는) 심각한 현실이며 기본적이고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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