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를 세차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 차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 수준에 따라 직원들을 4개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금요일 저녁 4명의 직원은 퇴근하기 위해 문을 나서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문 앞에 큰 벽이 하나 생겨서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상황에서 이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보자.
우선 ‘불만족한 구성원(Unsatisfied)’들은 “왜 하필이면 퇴근 시간에 이런 벽이 생겨서 집에 갈 수 없게 됐냐”며 불평·불만을 끝없이 늘어놓는다. 둘째, ‘만족한 구성원(Satisfied)’들은 벽 자체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호기심을 갖고 만져보기도 한다. 특별히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 채 “누군가 해결해 주겠지”라는 생각으로 벽 뒤에 앉아서 조용히 스마트폰 게임에 열중한다. 셋째, ‘몰입하는 구성원(Engaged)’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사무실 자재를 활용해 사다리를 제작하고 벽을 넘는다. 재미있는 것은 네 번째 ‘영감을 받은 구성원(Inspired)’들이다. 이들은 “어떻게 하면 이 벽을 없애버릴지”를 고민한다. 내가 이 집의 주인이고 평생 사다리를 두고 불편하게 살기는 싫기 때문에 근원적인 해결법을 찾는 것이다. 실제로 일반 기업에서 이런 영감을 받은 구성원 비율은 13% 정도다. 고성과를 내는 기업에서는 17% 정도라고 한다. 결국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인의식을 갖고 조직의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가진 ‘영감을 받은 구성원’ 비율이 높아져야 한다.
최근 ‘복지 천국’이라고 불리던 구글이 “직원들을 위한 무료 아침식사를 더 이상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는 기사를 봤다. 복리후생에 너무 큰 비용이 지출되고 있다고 경영진이 판단한 것이다. 위생적 요인의 확대 제공은 구성원들의 불만을 어느 정도 줄이는 역할은 하지만 이런 요인들이 회사에 대한 만족이나 업무 몰입까지 연결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과도하게 위생 요인 중심으로 직원 경험을 설계하는 조직은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기대치를 높일 뿐이며, 결국은 직원들의 끝없는 요구와 회사의 비용 지출이 서로를 부채질하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영감을 받은 구성원 비율을 높이기 위해 회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지속 가능한 긍정 경험은 무엇을 의미하고 영감을 받아서 일하는 구성원들에게 긍정 경험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필자는 조직의 핵심 인재들을 대상으로 긍정 경험 관련 설문을 실시했다.
<설문 내용 : 회사에서 일하면서 내가 가장 멋지게 느껴진 순간, 내가 가장 가치 있게 느껴진 순간, 가장 보람찼던 순간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언제 누구와 어떤 경험을 했는지 작성해주세요.>
총 300여 명의 설문 답변을 분석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핵심 인재들이 긍정 경험, 조직 내 최고의 경험이라고 이야기하는 내용에 위생 요인(급여와 복리 후생, 업무환경)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우리가 발견한 여섯 가지 최고의 긍정 경험은 아마도 회사나 리더들이 영감을 받은 직원을 늘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요인일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긍정 경험을 위한 여섯 가지 매직박스’라고 명명했다.
①인정: 회사나 리더로부터 공식·비공식적으로 인정받았던 경험 ②성장: 의미 있는 일을 통해 개인의 역량이 향상됐던 경험 ③영향력: 내가 한 일들이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경험 ④관계: 리더나 동료들과 긍정적 관계를 형성했던 경험 ⑤도전: 내 역량을 넘어서는 어려운 과제를 해결했던 경험 ⑥자율성: 리더로부터 권한 위임을 받고 스스로 과제를 해결했던 경험
조직에서 심리적 계약 개념은 변화하고 있다. 직원들은 빠른 속도로 ‘회사 내 소비자’가 돼 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직원 경험은 고객 경험과 연결돼 있다. 직원 경험을 위한 활동이 긍정적 성과와 연결되기 위해서는 ‘직원들은 고객만큼 소중한 존재’라는 전제가 선행돼야 한다.
오승민 LG화학 인재육성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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