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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위기의 건설, 공정위 족쇄라도 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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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설업계는 현재 공사비 인상, 수요 위축, 중대재해처벌법 리스크 등 ‘3중고(三重苦)’를 겪으면서 건설업의 기반마저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이뿐 아니라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어려움이 건설업, 금융업계에서 경제 전체로 확대될 우려마저 있다. 10대 건설사 미청구 공사금은 전년 대비 19.8% 증가해 이미 위험한 수준이다. 주요 증권사 기준 2023년 상반기에 브리지론 만기가 집중돼 있고, 올해 말까지 부동산 PF금융 만기 도래 금액(14조원 내외) 중 브리지론 비중이 58%로 매우 높다.

깊은 수렁에 빠진 건설업을 건져낼 방법은 분명히 있다. 규제만 없애도 큰 도움이 된다. ‘민자투자법상’ 특수목적회사(SPC)를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에 편입하는 현행 규제가 그렇다. 공정거래법과 그 시행령은 민자투자법상 SPC는 운영 기간 중 또는 건설사업 기간 중이라도 해당 SPC의 최다출자자가 ‘사업 운영 등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 기업집단에 편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사업 운영 등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라는 것이 불확정 개념이라는 것이고, 그 판단은 공정거래위원회가 한다. 통상 민자사업의 최다출자 건설사가 주관사를 맡고, SPC 운영을 위해 전직 임원 등 일머리를 아는 사람을 대표이사로 추천, 운영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경우 최다출자자가 사업 운영 등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추정을 근거로 SPC를 계열회사의 하나로 인식해 공정거래법을 적용하게 된다.

SPC를 계열회사에 포함할 경우 대규모 내부거래 시 이사회 결의 및 공시, 비상장사 공시, 기업집단 공시, 계열사 채무보증 금지, 주식소유·채무보증신고 등 의무가 발생한다. 의무 미이행 시엔 건설사의 동일인(그룹 회장)이 고발돼 최대 1억5000만원의 벌금 또는 2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민감하고 위험한 이 문제는 공정거래법 전문가가 엄밀하게 대처해야 하지만, SPC는 따로 공정위 대응 인력을 채용할 여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SPC는 말 그대로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보통 한시적 도구로 설립되는데, 별도 전문인력까지 채용해야 한다면 민자사업의 비용 증가 및 수익성 악화를 초래한다.

그럼 과연 민간투자법상 SPC가 건설그룹 계열사로 편입될 만한 실체가 있으며 공정거래법이 규제하고자 하는 동일인의 사익편취 통로가 될 수 있는 것인가. SPC는 민간투자사업 시행을 위해 민간투자법 및 실시협약을 기반으로 주무관청의 지휘·감독 등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불공정 행위 발생이 애초 불가능하다. 대규모 자금조달에 따른 대주(貸主)의 엄격한 통제와 출자자 간 내부 견제로 부당행위 자체가 불가능하며, 대부분 SPC의 의사결정은 이사회 및 주총 결의 사항이다. 무엇보다 민자법인은 “일반 사기업과 다른 특수한 지위와 권한을 가지고 있어서 법상 공공기관에 준하거나 그 유사한 지위에 있다”(대법원 2017두64293 판결 등).

어느 모로 보나 민간투자법상 SPC는 기업집단에 편입돼 일반 계열기업과 동일한 공정위 규제를 받는다는 것은 무리이고 불필요한 규제다. 건설사업 기간뿐만 아니라 운영 기간을 포함한 모든 민간투자사업을 추진하는 SPC는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 편입에서 제외해야 한다. 공정위는 엄정하고 예외 없는 법 운용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세심하고 스마트한 배려로 불필요한 긴장과 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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