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포천 ‘행운의 언덕’에서 골프 여왕을 가리는 대회가 열린다. 다음달 23일부터 사흘간 경기 포천힐스CC(파72)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총상금 8억원)이 무대다.
이 대회는 수도권 갤러리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행사 중 하나다. 2019년부터 서울 강남에서 자동차로 약 35분 거리인 포천힐스CC(파72)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포천힐스CC는 구리~포천고속도로 개통으로 서울 주요 지역에서 출발해 1시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다. 2019년엔 대회 기간 약 2만 명의 갤러리가 현장을 찾았고, 코로나19 이후 갤러리 입장이 재개된 지난해에도 2만여 명이 여왕의 탄생을 지켜봤다.
갤러리들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을 찾는 또 다른 이유는 짜릿한 ‘콘텐츠’에 있다. 이 대회는 ‘스타 등용문’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우선 역대 우승자의 면면이 화려하다. 초대 챔피언인 장하나(31)를 비롯해 2, 3회 대회 챔프 오지현(27), 최혜진(24) 조정민(29) 김지영(27) 임진희(25) 박민지(25) 등을 역대 우승자로 배출했다. 이들 모두 출전하는 대회마다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선수다.
임진희는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이 배출한 대표 스타 중 하나다. 그는 2021년 이 대회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두며 KLPGA투어의 ‘깜짝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시즌 종료 후 업계에서 러브콜이 이어졌고 신생 골프단 안강건설의 에이스로 입단하며 ‘인생 역전’에 성공했다. 임진희는 올해까지 매해 1승씩 추가하며 KLPGA투어 3승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명승부도 많았다. 지난 일곱 번의 대회 중 다섯 번이 역전승이었다. 첫 대회인 2015년부터 반전 스토리가 펼쳐졌다. 미국에서 뛰던 장하나가 자신의 후원사가 만든 대회에 참가하려 귀국했고, 그 대회에서 초대 챔피언에 오르는 역사를 썼다. 4타 차 열세를 이겨내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2019년 대회에서도 짜릿한 역전극이 펼쳐졌다. 당시 조정민은 선두에 7타 뒤진 채 최종 라운드를 출발하고도 경기를 뒤집었다. 역대 KLPGA투어 대회에서 최종 라운드에 7타 차를 뒤집은 건 조정민을 포함해 세 번밖에 없었다. 최다 타수 차 역전 기록(8타 차)에 1타가 모자란 진기록이었다. 2016년과 2020년엔 오지현과 김지영이 각각 2타를 뒤집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는 3라운드까지 선두에 5타 모자라 공동 13위에 머물고 있던 임진희가 마지막 날 6타를 줄이고 우승컵을 들었다.
극적인 연장 승부도 많았다. 지난해 대회에서는 시즌 2승을 달리던 박민지가 최종일 일찌감치 선두로 치고 나섰다. 4타 차이까지 달아나면서 그대로 승부가 결정되는 듯했는데 박지영(27)이 따라붙었다. 경기 중반 박민지가 주춤한 틈을 놓치지 않고 격차를 좁히더니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박민지는 세 번째 샷 어프로치가 다소 짧았지만 버디퍼트를 잡아내며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박지영은 버디퍼트에서 공이 홀을 스쳐가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박지영은 승부를 더 짜릿하게 만들며 이 대회의 또 다른 주인공이 됐다.
박민지는 올해 대회에서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