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형태와 비슷한 4족 보행 로봇은 실외 공간에서 이동이 자유롭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자갈밭이나 계단 등 울퉁불퉁한 지형이나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지하공간 등 활동반경이 넓어 ’지상의 드론‘ 역할이 가능하다. 4족 보행 로봇은 경비용, 운송용 제품으로 상용화 단계를 밟고 있다. 이 같은 4족 보행 로봇이 이르면 9월부터 한국에서도 본격 생산될 전망이다. 박광식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 대표(사진)는 29일 “현재 경북 구미에 매달 100대의 4족 보행 로봇을 만들 수 있는 생산설비를 짓고 있다”며 “9월이면 제품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는 미국의 4족 보행 로봇 개발사인 고스트로보틱스와 로봇생산을 위한 기술이전 및 한국내 로봇생산 권리 및 한국내 독점총판권을 확보한 로봇 전문 스타트업이다. 박 대표는 “미·중 무역분쟁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한국의 제조기술을 높이 평가한 고스트로보틱스 측이 한국을 주요 생산기지로 선택했다”며 “고스트로보틱스로부터 4족 보행 로봇의 설계도면을 받아 한국 생산을 위한 시험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고스트로보틱스는 2015년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과학자 2명이 설립한 로봇 업체다. 12개의 액추에이터(구동장치)를 갖춘 4족 보행 로봇(비전 60)을 개발했다. 다리와 몸체를 각각 제작할 수 있는 모듈형 로봇이다. 길이 95cm, 높이 68.5cm, 무게 51kg의 알루미늄 합금 소재로 만들어진다. 전방 색상감지 카메라, 후방 색상 및 깊이 감지 카메라, 배터리 등이 장착돼 있다. 적재 중량 10kg으로 설계돼 있으며 군사용 수색, 경비, 운반, 화재 구호용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특히 미군과 영국군이 도입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미국 틴들 공군기지에서는 순찰용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박 대표는 “실외에서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4족 보행 로봇은 비전 60이 유일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군 인력 감축 가속화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내다봤다.
4족 보행 로봇은 휴머노이드형 2족 보행 로봇보다 상용화가 더 빠른 편이다. 현재 4족 보행 로봇 개발에 뛰어든 업체는 고스트로보틱스 외에도 유럽의 애니보틱스, 중국의 유니트리를 비롯해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다이나믹스와 삼성전자가 지분 투자한 레인보우로보틱스 등이 있다.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가 오는 8월경 완공을 목표로 짓고 있는 경부 구미 공장은 약 300평 규모다. KAIST 출신 로봇·기계공학·전자공학 박사 등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양산 체제 구축을 위해 LG전자 출신 인재도 영입했다. 이곳에선 다리와 몸통 모듈을 별도로 생산하거나 완제품을 생산해 미국 고스트로보틱스에 공급하게 된다. 국내 기업에도 판매를 타진 중이다. 비전 60의 완제품 가격은 대당 3억1000만원 수준이다. 박 대표는 “연내 생산을 시작으로 내년엔 수백대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한국의 실정과 수요에 맞춘 한국형 모델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산업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이 모두 집결된 분야다. 보스턴 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2030년에 산업용 로봇시장은 400억~500억 달러 규모인데 비해 4족 보행 로봇 등 전문 서비스 로봇시장은 900억~17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는 코스닥 상장사인 케이알엠(Korea Robot Manufacturing)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케이알엠의 원래 사명은 다믈멀티미디어.지난 3월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가 인수한 뒤 사업 목적에 로봇 관련 사업을 추가하며 지난 4월 케이알엠으로 변경했다.
이정선 중기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