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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 조직·인생을 '낭비'하지 않는 방법과 파킨슨의 3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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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기고 요청, 신간 추천사 요청 등이 와서 수락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나는 대개 요청이 오면 마감 기한이 많이 남았음에도 그날 또는 그 주에 결과물을 준다. 내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머릿속에 찜찜함을 남겨두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은 즉시 실행하거나 빠르게 의사결정을 한다. 메일도 가능하면 빠르게 답변하는 편이다. 요청도 ‘yes’인지 ‘no’인지를 빠르게 결정한다. 그래야 상대도 명확하게 계획을 세울 수 있고 나도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 된다.

또 하나는 ‘파킨슨의 법칙’ 때문이다. 파킨슨은 “업무는 언제나 그것을 위해 주어진 시간만큼 오래 걸린다”는 통찰을 제시했다. 마감을 한 달 주면 한 달 걸리고, 한 주를 주면 한 주 걸린다는 것이다. 어차피 준비하는 절대 시간이 길지 않다면 한 달을 주든 한 주를 주든 마감에 맞추게 된다. 마감이 빠르나 늦으나 그 결과 차이도 크게 나지 않는다.

파킨슨은 또 다른 재미있는 법칙을 제시했는데 “우리가 회의에서 특정한 안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은 안건에 소요되는 비용에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즉, 하찮은 안건일수록 토의를 오래 한다는 것이다. 파킨슨은 고위 임원 위원회에서 1000만달러가 드는 원자로 에너지 토의에는 2분30초가 걸린 반면 4달러짜리 커피 비용 절감 토의에는 1시간 넘게 걸리는 상황을 발견했다. 원자로 같은 까다로운 문제는 별로 아는 것이 없어 토의가 많이 이뤄지지 않지만, 일상적인 문제는 누구나 한 마디씩 할 수 있기 때문에 회의가 길어진다는 것이다.

회사의 일반 회의에서도 이런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상식적으로 누구나 한마디씩 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논의할수록 회의가 길어진다. 예를 들면 광고 시안 같은 안건이 그렇다. 아주 전문적인 영역은 말하기가 쉽지 않다. 당신이 들어간 회의가 길어진다면 아마도 누구나 한마디씩 할 수 있는 현안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영역일수록 의사 결정은 산으로 가기 쉽고 전문가의 의견이 무시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파킨슨이 발견한 가장 큰 법칙은 다음과 같다. “조직 구성원의 수는 일의 유무나 사안의 경중과 상관없이 증가한다.” 그는 영국 해군을 연구하며 이 법칙을 발견했다. 해군 장병은 67%, 군함 수는 32% 감소했는데 해군부대를 지원하는 공무원 수는 80% 증가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모든 공무원이 “할 일이 있고 인력이 부족하다”며 더 많은 인력을 요청한다는 것이다.

어느 조직이든 인력이 남아돈다고 생각하는 조직은 거의 없다. 대개 부족하다고 한다. 조직이 커질수록 그러하다. 그런데 하는 일이 다 ‘진짜 일’일까? 어쩌면 조직의 목적과 목표, 매출과 이익, 핵심 먹거리 발굴 등과 별 관련이 없는 일들, 안 해도 별문제 없는 일들, 자동화하면 시간을 엄청나게 단축할 수 있는 일들, 관습적으로 해오고 있는 일들에 바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는 개인에게도 비슷한 듯하다. 파킨슨 법칙을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한 시간은 일의 유무나 사안의 경중과 상관없이 증가한다.” 바쁘고 정신없이 살며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고 외친다면 한 번 세 가지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1)이게 다 내 삶에 중요한 일인가? 2)반드시 내가 해야 하는 일인가? 3)해야 한다면 이렇게까지 철저히 해야 하는 일인가?

특히 완벽주의자들, 착한 분 중에는 너무 바쁜 분이 많다. 시간이 항상 부족하다. 안 해도 되는 일, 대충 해도 되는 일까지 열심히 하려고 한다. 모든 것을 다 세심하게 챙기고 집, 직장, 사회에서의 모든 역할을 다 잘해보려다가 막상 자신의 인생은 어디에 있는지 갑자기 ‘멘붕’이 올 수 있다. 삶을 마치 ‘숙제’처럼 살아내기도 한다. 나도 그렇게 지냈던 적이 있다. 효자, 효녀, 효부, 완벽한 부모, 훌륭한 리더 소리 들으려다 감당이 안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끝도 없는 숙제만 하다 어느덧 늙어버린다. 포기할 건 포기하고 대충 할 건 대충 하는 것이 효과적이면서도 여유를 갖는 삶의 방법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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